[통일칼럼]문화충격은 통일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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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지리적으로는 남과 북으로,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분단된 이후 60여년이 경과했다. 60년이면 적어도 두 세대를 건너뛰는 세월이다. 이 기간 우리는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북한은 북한대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길을 잡아서 많이도 변화했다. 우리 민족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충격이라는 말이 있다. 한 문화에 속해 있던 사람이 다른 문화권에 들어가게 되면 사고방식, 생활방식 등에서 기본적인 전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흔들리면서 겪게 되는 부적응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 사람이 외국에 이민가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를 문화충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역문화충격이라고 한다. 이민 또는 유학으로 상당기간 모국을 떠나 있다가 귀국한 사람이 모국에서 겪는 문화충격을 일컫는 말이다. 당연히 익숙해야 할 것으로 당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환경에서 겪는 문화적인 충격이라, 정신적으로 대비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민족이 통일을 준비하고 실제적으로 그 길로 한 걸음 나아갈 때, 필연코 이 문화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60년 동안 이질화돼온 이념체제와 세계관은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기대 때문에 우리가 겪게 될 문화충격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최근 업무적으로 여러 국적의 개발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이전의 동독 사람들, 중국 사람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동시에 이전의 서독 사람들과 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얼마나 사회주의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와 다른지를 알게 됐다. 차별하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주어진 일에 충실한 것이 사회주의의 흔적으로 그들의 몸에 배어 있었다. 얼마나 많이 다른 사회를 경험했는지에 따라서 그 흔적들이 옅어지고 있는 것도 본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었을 가치관의 혼란과 재수습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된다. 구 동독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는 지멘스연구소, 중국의 고급인력을 활용하는 대만의 중국소재연구소 그리고 단둥에서 북한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는 우리 회사 해외연구소의 운영 경험에서 요사이 국내 개발자들에게서 발견하기 힘든, 주어진 과제를 무던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하는 묵묵한 힘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북한 사회는 이전의 동독이나 과거와 현재의 중국과 비교할 때에도 그 폐쇄성으로 인하여 더욱 차별된 사회다. 그러나 우리가 이념체제를 또 다른 이념으로 공격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좋은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욱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관을 접하면서 이 특별한 이념체제가 조정되기를 기대해야 한다. 북한 사회는 이념이 주된 가치인 사회이기 때문에, 때로는 실리를 취하기보다 명분으로 인하여 전혀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IT분야에서 남북협력을 기획하고 진행할 때에도 체제에 대한 신념과 자존심을 배려해 주는 기술 외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에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북한이 세계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남북 협력과 교류를 진행하고, 북한 주민들이 보편타당한 가치관을 가진 개방된 사회의 구성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세계화된 사회의 구성원으로 초청해야 한다. 북한 사회가 임계상황을 넘어서게 되면, 아무리 높은 벽과 견고한 진으로 보이는 폐쇄사회라도 개방과 민족 통합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독일과 대만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북한과의 교류와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에, 우리가 지금 들이는 이 같은 추가의 수고가 가치 있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북한을 잘 모른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남한이나 세계사회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는 북한과 체제 경쟁을 하는 수준에 있지 않다. 우리 모두가 민족의 맏형과 큰집으로 기꺼이 그들과 몸으로 마음으로 부대끼며 통일을 향한 문화충격을 이겨낼 결심을 다잡자고 제안한다.

◆이상산 다산네트웍스 부사장 sslee@dasannet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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