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에 처음 컴퓨터를 구입하고 용산 전자상가에 있던 아는 형이 준 게임이 바로 ‘피파 99’였어요. 얼마나 재미가 있던지. 매일 친구들과 밤을 하얗게 보내며 즐겼죠. 그때부터 ‘피파’에 대한 사랑이 꽃피기 시작했어요.”
국내 최대의 피파 커뮤니티 사이트 ‘피파코리아(www.fifakorea.net)’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희(21) 씨는 신이 나서 말했다. 그는 자신이 ‘피파’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증명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
# ‘피파 99’ 매력에 흠뻑 빠져
그가 처음 플레이한 게임은 ‘피파 99’였고 그 전의 시리즈 ‘피파 97’과 ‘피파 98’은 친구 집에서 틈틈히 즐겼다. 그 때까지만 해도 ‘피파’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다 많은 유저들이 역대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는 ‘피파 99’를 접하면서 이 작품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원래 땀 흘리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스포츠 게임을 즐겨했었지만 당시 ‘피파 99’는 그 어떤 게임보다 그를 흥분시켰다.
지금은 대학생 신분이지만 ‘피파 99’가 나왔던 때는 98년이니까 무척 어린 나이에 하나의 게임으로 인생을 ‘올인’한 것이다.
“마침 PC방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남들은 ‘스타크래프트’다, ‘리니지’다 난리도 아니었지만 저와 제 친구들은 오로지 ‘피파 99’만 했죠. 아마 PC방이 아니였다면 그렇게까지 플레이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피파코리아를 만든 것도 비슷한 시기다. 하늘 아래 완벽한 게임은 없다고, 정식 CD가 발매되면 반드시 몇 번의 패치가 등장한다. 그러나 EA스포츠에서 공개했던 패치는 한계가 너무나 뚜렷했다. 대부분 실제 유럽 축구 리그의 로스터와 게임 내의 선수들이 달랐다. 게임 제작 일정과 각국 리그들의 트레이드 시장이 엇갈려 있는 것이 원인이었다.
# 문제 해결 위해 피파코리아 만들어
또 전혀 한글화가 되지 않는 부분도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이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고쳐 보고자 친구와 형들의 힘을 합해 피파코리아를 인터넷에 올렸다.
처음에는 단순 정보 교환 커뮤니티였으나 점차 직접 만든 패치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현재는 축구 게임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축구에 대한 기사와 인터뷰까지 가끔 업데이트한다.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축구 포털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활동에 EA스포츠는 많은 자극을 받았다. 전문 개발자도 아닌 아마추어 실력을 가진 유저들이 직접 한글화 파일을 만들어 무료 배포한 사실은 큰 이슈가 됐다. 결국 EA스포츠는 ‘피파 2001’ 버전을 한글로 작업해 발매했다.
이에 대한 그는 “정말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것은 세계 최고의 퍼블리셔인 EA도 결국 유저들의 힘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아마 피파코리아가 없었다면 지금도 ‘피파’는 영문 버전이 국내에 발매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은 EA 측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 자체 제작 한글패치가 EA ‘자극’
이들이 유명세를 타자 EA 측은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고 지금도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받는다. 그는 무보수로 일을 한다. 피파코리아는 개인사업으로 세무서에 등록돼 있지만 수익은 거의 없다. 돈을 버는 것에 특별히 관심도 없다.
누구도 시키지 않지만 이진희씨는 축구 게임의 패치를 만들고 로스터를 수정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피파코리아에 등록된 51만 7000명의 회원을 생각하면 결코 그만둘 수 없다.
“제게 두 가지 소원이 있는데, 하나는 K-리그 활성화고 두 번째는 군대가기 전에 내년 독일 월드컵을 보고 가는 겁니다. 일단 2006년 8월로 입대가 예정돼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월드컵을 보고 우리가 만든 ‘피파’가 얼마나 사실에 근접했는지 보고 싶습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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