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튀니지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WSIS)에서 인터넷 통제권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세계 각국의 강력한 반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WSIS행사개최 전날 밤 각국 대표들 간에 미국의 인터넷 통제를 양해하는 합의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의 조직적인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행사 첫날 기조연설에서 “세계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일개 미국회사(ICANN)가 인터넷 관리를 독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측을 비판했다. 중국과 쿠바, 이란, 파키스탄 등도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인터넷 관리를 맡아야 한다며 짐바브웨를 적극 거들고 나섰다.
전날 표면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터넷 지배에 반대하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미국에 대한 반감은 심지어 전날 ICANN의 인터넷 관리를 양해한 국가 대표단 쪽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애당초 중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브라질 등 대부분 국가들은 유엔 산하에 인터넷 감시기구를 창설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행사개최를 앞두고 시간에 쫓긴 각국 대표들이 비공개를 조건으로 수락한 미국 대표단의 제안역시 각국 대표들에게는 실속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란 점에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만 실속챙겨=원래 각국 대표단의 속셈은 어차피 이번 회의에서 합의가 불가능한 사안은 접어두고 실리나 챙기자는 것이었다. 특히 25개 회원국을 가진 EU가 입장을 바꾸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결국 WSIS개최 전날 밤 100여개 국가 실무그룹 대표들은 현행 인터넷 관리체제를 바꾸지 않는데 잠정 합의했다. 대신 도메인과 스팸메일, 사이버 범죄 등 인터넷 현안을 논의하는 다자간 ‘인터넷 관리 포럼’을 내년 초 창설키로 합의했다.
문제는 유엔이 주관하는 이 포럼은 정책결정권한이 없는 자문기구일 뿐이라는 점이다. 각국 대표단들은 생색만 낸 미국에게 온전히 실속을 챙기는 것을 도와준 격이 됐다.
게다가 미국 측이 ‘합의내용의 비공개’라는 약속을 어기고 언론에 ‘협상승리’ 소식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뒤통수를 맞은 여타 국가 대표단들이 다음에는 미국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이를 갈고 있어 남은 WSIS 일정동안 다른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개의 인터넷체제 예고?= 일부에선 미국이 인터넷 패권을 계속 추구할 경우 반대하는 국가들이 또 하나의 인터넷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에 합의된 인터넷 관리포럼의 첫번째 회의가 내년초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개도국이 강력히 주장하는 유엔 산하 인터넷 감시기구의 창설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유엔은 인터넷의 관리나 경찰 역할을 맡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업무는 기술전문조직이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격차 문제는 뒷전=이처럼 인터넷 관리권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정작 WSIS의 핵심의제인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디지털 격차 해소’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UN은 오는 2015년까지 전 세계에 인터넷을 보급해 정보격차를 줄인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재 세계 인구 중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행사 첫날 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소장이 개도국 어린이를 위한 100달러짜리 노트북 PC를 공개해 그나마 WSIS의 체면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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