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5부)해외 선진기업에서 배운다②자일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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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설계할 수 있는 칩을 만들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위치한 자일링스는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라는 첨단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개발자가 필요로 하는 칩을 마음대로 설계해 사용할 수 있는 FPGA로 전세계 팹리스 기업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자일링스는 1984년 설립 당시부터 별도의 공장(FAB) 없이 칩 제조를 아웃소싱함으로써 제품 설계와 마케팅에 주력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팹리스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후 많은 반도체 기업들이 자일링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고 있다.

국내 주가지수를 좌우하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자일링스 주가 변동에 가장 민감할 정도로 자일링스는 미국과 국내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일링스가 지수결정에 비중이 가장 큰 종목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자일링스만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 때문이다.

◇신개념을 창출하라=1984년 실리콘 밸리에서 함께 일하던 두 명의 엔지니어와 마케팅 전문가인 베르니 본더슈미트(Bernie Vonderschmitt), 로스 프리맨(Ross Freeman), 짐 바넷(Jim Barnett)은 새로운 종류의 회사를 세우겠다는 꿈이 있었다.

이들의 꿈이 실현된 것이 바로 자일링스다. 전혀 없던 새로운 개념의 칩과 새로운 생산 방식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자일링스를 출범시킨 기술은 1984년에는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여겨졌다. 자일링스의 공동 창립자인 로스 프리맨에 의해 개발된 새로운 반도체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래머블 로직(Programmable logic)이었으며, 현재 이는 FPGA 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칩들은 고객에 따라 다르게 정의돼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은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후 수백만 달러 규모의 FPGA시장이 생겨났으며 이는 자일링스를 현재의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기초가 됐다.

자일링스는 창립 초기부터 칩 제조는 대형 파운드리에 아웃소싱하고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등 핵심 분야에만 집중 투자하는 팹리스 반도체 모델을 구축했다.

◇삶을 바꿀 기술=자일링스의 주력제품인 필드 프로그래머블(Field Programmable) ‘카멜레온 칩’은 2001년 비즈니스 위크지가 선정한 ‘우리의 삶을 바꿀 10대 기술’ 중 1위에 선정됐다. 카멜레온 칩은 자일링스의 주력제품인 FPGA을 일컫는 것으로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칩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자일링스의 칩은 DVD, PDP 등의 디지털 가전기기나 통신장비, 휴대형 애플리케이션, 자동차, 군수품 등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최첨단 애플리케이션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자일링스의 프로그래머블 로직 솔루션은 신제품 개발과 출시 소요기간을 단축해 전자 장비 업체들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이 솔루션을 통해 일단 칩이 제조되면 로직 회로가 고정되는 기존 방법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빨리 자일링스 프로그래머블 디바이스 내 회로를 설계 및 검증할 수 있다. 또 자일링스 디바이스는 프로그래밍 준비가 되어 있는 표준 부품이기 때문에 고정 로직 칩처럼 프로토타입을 기다리거나 초기에 엔지니어링 비용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 자일링스 제품은 무선전화 기지국에서 DVD 플레이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지털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고객 파트너십에 주목=자일링스는 대내적으로는 안정적인 혁신을 추구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중시한다.

지난 1984년 설립 당시 자일링스의 사업계획을 보면 비즈니스 전략의 하나로 보완관계에 있는 공급업자와의 파트너십을 명시하고 있다.

제조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는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해결하고 첨단기술 개발, 마케팅 등 일부 핵심 경쟁력에 최대한 주력함으로써 보다 차별화된 제품 공급 및 기술 혁신을 실현해왔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생산·판매 등의 각분야에서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서 상호 ‘윈­윈’하는 전략으로 2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팹리스’의 성공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자일링스는 장비가 이미 설치된 후에도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네트워크상에서 원격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현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시스템은 장비 업체들이 물리적으로 하드웨어를 교환하지 않고도 이미 설치된 시스템에 새 기능을 추가하거나 고장을 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안흥식 자일링스코리아 지사장은 “국내의 전자엔지니어링 팀이 프로그래머블 칩을 사용해 시스템 레벨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웜 로랜츠 자일링스 회장 

“모바일 시대에는 아시아에 많은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또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 과거와 같이 특정 대형 반도체 업체가 시장을 차지하기보다는 한국, 대만 등의 팹리스 등 민첩한 회사들이 유리한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윔 로랜츠 자일링스 회장은 국내 신생 팹리스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적잖은 기대를 표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단순히 칩을 공급하는 회사를 넘어서 IP지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칩만 공급했지만, 최근에는 칩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IP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 고객사에는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 커넥티비티 등 범용 IP 뿐 아니라 기지국, 멀티미디어 등 특화된 분야의 IP를 지원할 것입니다.”

로랜츠 회장은 통신과 멀티미디어, 가전, 자동차 등 8개의 애플리케이션별로 IP를 나누고 각 시장에 따라 특화 IP를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로랜츠 회장은 자일링스를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과 동시에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드는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벨기에 브뤼셀의 가난한 채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난 로랜츠 회장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대신 집에 돌아와 부모의 장사를 도왔다고 한다. 가난한 소시민의 아들로 항상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장한 로랜츠 회장은 이러한 어렸을 때의 기억이 평범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강조한다.

실제로 자일링스는 모든 직원들에게 스톡 옵션을 제공하는 등 직원들이 회사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경영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직원들이야말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자일링스가 기술 리더로서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알려지기를 원합니다.”

로랜츠 회장의 이러한 철학은 불경기 때 더욱 빛을 발해 사상 최악의 반도체 불황기 때에도 자일링스는 단 한 명의 직원도 감원하지 않았으며 대신 직원들은 6% 임금삭감을, CEO인 로랜츠 회장 자신은 20%의 임금삭감을 함으로써 불황을 이겨냈다.

“이러한 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반도체 업계 매출이 36%까지 하락했던 최악의 불황에도 자일링스는 매출이 26%만 하락하였으며 10% 이상의 매출 이익률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로랜츠 회장은 “올 10월 자일링스 3분기 회계마감을 하면서 자신과 경영진을 제외한 자일링스 전세계 3000여 명의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 10주씩을 일괄적으로 제공했다”며 일하고 싶은 기업 만들기에 여전히 매진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어떤 회사

자일링스는 1984년 프로그래머블 칩라는 방식의 반도체 설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산업화시킨 회사로 유명하다.

자일링스는 160억 달러 규모의 전체 주문형반도체(ASIC)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창립 초기부터 칩 제조는 대형 파운드리에 아웃소싱하고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등 핵심 분야에만 집중 투자하는 팹리스(fables) 반도체 모델을 구축했다. 자일링스 설립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베르니 본더슈미트는 선구적인 팹리스 모델 비전을 인정받아 팹리스 반도체 협회(FSA)로부터 2002년 모리스창 모범 지도자상을 받았다.

자일링스는 180nm, 150nm, 130nm 기술 공정에 이어 90nm 최신 기술 공정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전세계 90nm FPGA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어 2005년 8월 기준 90nm 제품을 500만 개 이상 공급했다.

자일링스에는 전 세계적으로 15개국, 32개 지사에 27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 남미와 북미에 제조, 판매 및 서비스 지원 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아태 지역에는 홍콩, 한국, 중국, 타이완 등에 지사가 있으며 지난해 싱가포르 아태 지역 본사를 설립하는 등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지사는 지난 96년 6월에 설립돼 현재 여의도에 위치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포천지가 선정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4년 연속으로 10위 안에 들 만큼 좋은 기업평판을 가졌다. 올해에는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5위에 올랐다. 이는 미국에서 기술에 기반을 둔 업체 중 가장 높은 순위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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