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모바일 네트워크 게임 고수 박경수

박경수(27)씨는 집에서는 생후 23개월이 된 아들을 둔 아빠지만 밖에서는 모바일 게임 마니아로 유명하다. 특이한 이력은 오로지 모바일 게임만을 즐긴다는 점이다. 사실 모바일 게임 외에는 할 줄 아는 게임이 없다.

그가 모바일 게임을 처음한 것은 4년전. 친구가 하던 게임을 보고 “어! 이거 재미 있겠는데”하며 접해본 모바일 게임이 이제는 그의 유일무이한 놀이이자 취미가 됐다.

“‘붕어빵타이쿤’, ‘놈’ 등을 하다가 ‘삼국지무한대전’을 하면서 푹 빠졌죠. 솔직히 싱글모드는 별로였는데 키운 캐릭터를 이용해 네트워크 모드에서 다른 사람과 겨루고 경쟁하는 재미가 컸어요. 특히 네트워크 모드를 즐기다보면 건질 수 있는 아이템, 그리고 길드에 가입해 정보나 아이템을 교환하고 모임에 나가 함께 어울리는 재미가 무엇보다 좋았죠.” 그는 현재 아이디 ‘리스.수’로 ‘삼국지무한대전 일기토’ KTF 랭킹 1위에 올라있으며 ‘삼국쟁패 패왕전기’는 16위다.

# 해본 게임만 150개 이상

지금까지 해본 게임만 150개 이상. 지금은 월 정액제를 통해 네트워크 게임을 자유롭게 즐기는 편이지만 한 때는 휴대폰 이용요금이 많이 나올 때는 15만원씩 나왔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요금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아요. 내 유일한 취미이고 가장 큰 즐거움이니까요. 예전에는 시간나면 책을 많이 봤는데 이제는 오로지 모바일 게임이죠. 집에서 게임할 때는 애는 안중에도 없고 게임만 한다고 와이프와 다툼도 많이했죠. 창피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와이프가 출산 때문에 병원에서 산고를 겪고 있을 때도 초조한 마음을 모바일 게임으로 달랠 정도였으니까요.”

게임으로 인한 와이프와의 불협 화음은 게임으로 풀렸다. 길드모임에 와이프와 동반 참석하고, 얼마 전에는 게임폰도 선물했다. “언제부터인가 와이프가 잠잠한 듯해서 이제는 포기했나 싶었죠. 하지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꾹꾹 눌러 참는다고 생각하니 제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그래서 게임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길드 모임에도 데려가고 이것저것 해보라고 게임도 가르쳐줬죠. 모임이나 행사 때 이벤트에서 몇번 상품도 타게 되니 즐거워하고, 또 얼마 전에 게임폰을 받고 나서는 이제는 와이프가 틈만나면 맞고를 즐겨요.”

직장인이다보니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주로 점심 시간이나 퇴근 후 집에서다. 고향이 여수여서 해마다 명절 때면 두번씩 내려가는 귀향길 버스안에서 해본 게임도 많다. “한번은 새벽까지 모바일 게임을 하다가 늦잠을 잤어요. 그날이 친구 결혼식이었는데 제가 사진을 찍어주기로 약속했었죠. 그런데 결혼식이 거의 끝나고 도착해 욕을 바가지로 먹었죠.”



 # 게임 선택은 의견을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

 재미있겠다 싶으면 무조건 다운받아서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지만 요즘에는 게임 선택에 있어 한가지의 원칙을 세우고 지킨다. 커뮤니티사이트나 게시판의 글을 꼼꼼히 살펴보고 제대로된 게임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열받게 하는 게임이 의외로 많아요. 왜 이런 것을 내가 다운받았을까 후회하고, 개발사를 욕하기도 하죠.”

하지만 회사 이름 만으로 무조건 선택하는 게임도 있다. “제가 모바일 게임을 해봤다면 꽤 해본 유저인데요. 이름만 보고 게임을 다운받는 회사가 5개 있어요. 컴투스, 게임빌, 엔텔리젼트, 날밤, 그리고 지오스큐브 5개사 게임이죠. 개인적으로 이 5개사 만큼은 최소한 믿음이 갑니다. 게임을 선택했을 때 후회는 안한다는 겁니다.”

이어 그는 “지오스큐브는 중독성이 강하고 지루함이 없어요. 퀄리티도 높고요. 게임빌 게임은 ‘놈’처럼 이색적이고 특이한 게임을 잘 만들죠. 컴투스는 ‘붕어빵타이쿤’처럼 아기자기한 아케이드 게임에서 최고죠. 날밤은 어느 게임사보다 독창성이 뛰어납니다. 절대 다른 개발사를 따라하지 않는 업체라고 봐요. 엔텔리젼트는 제가 가장 오래동안 즐기는 ‘삼국지무한대전’ 하나만 봐도 멋진 개발사로 생각하고 있죠.”

# 유저에 대한 관심 더 높여야

처음부터 끝까지 모바일 게임 예찬만을 늘어놓을 것 같더니만 칭찬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어느새 조금씩 비판적인 시각도 튀어나온다.

“예전에 비해 그래픽이 너무 좋아졌어요. 폰도 좋고, 3D게임도 나오고, 그런데 실상 용량만 컸지 푹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 없는 게임이 수두룩해요. 비주얼적인 측면은 분명하게 많이 좋아졌지만 게임성, 즉 재미를 주는 면에서는 상당히 약해진 느낌입니다. 또 네트워크 게임의 경우 삼국지류에만 너무 치우쳐 있는 것 같고요. 그런 면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겠네요.”

  “모든 개발사가 유저들에게 더 많이 신경써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몇몇 회사만 유저관리가 좀 되고 대다수 회사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가장 시급히 바꿔나가야 할 문화라고 봅니다. 또 한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인기를 얻은 게임이라면 나중에 3D게임이나 또 다른 버전으로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현재 틈만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모바일 게임을 권한다. 점심 시간에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즐기거나 잡답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에서다. 취미가 없다면 색다른 취미로 모바일 게임을 함께 즐기길 권했고 어느새 직장 동료 3명이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어요. 길드 활동을 통해 좋은 사람을 사귀고, 게임과 삶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보면 배우는 것도 많아요. 이것이 진정한 즐거움이고 모바일 게임의 좋은점인 것 같습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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