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서는 놈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나가되 전작에서 부족했거나 문제가 됐던 점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드렸다. 그러나 그래도 무엇인가 바뀐 것이 없는 듯하고, 허전한 느낌이 강했다. 전작의 몇몇 부분이 보완됐을 뿐이지 정작 다른 점은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뭔가 쇼킹한 기능을 넣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놈’ 게임에는 항상 세계 최초라는 말을 붙일만한 쇼킹한 기능이 들어 있다. ‘놈’에서 휴대폰 화면의 고정관념을 깨고 화면 4방향을 돌려가며 활용한 점이 그랬다면 ‘놈투’에서도 무엇인가 세계 최초의 기능이 있어야 했다. 이미 전작에서 파격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 줬기에 ‘놈투’에서는 도무지 할 것이 없어보였다. 이런 막막함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놈투’ 게임의 배경을 바탕으로 하나씩 찾아 보기 시작했다.
‘놈투’의 소제목은 ‘Out Of Body(유체이탈)’다. 놈이 유체이탈을 해서 정신 세계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생각을 했다. 유체이탈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고 내가 나를 볼 수 있다는 그런 것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놈을 두 개로 갈라지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놈을 두 개로 분리하면 여기 저기 응용 거리가 많았다. 놈과 놈이 서로 싸우게 하고, 놈과 놈이 함께 달리게 할 수도 있고 등등. 특히 스테이지 후반부에 놈과 놈이 동시에 달리게 만들어 두 놈을 동시에 컨트롤 하는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놈들’을 조정하고 있는 나의 뇌가 두 개로 갈라지는 느낌이랄까. 스스로 생각해도 무척 재미있고 신선했다. 그리고 유저에게 의외의 시스템으로 매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또 하나는 놈과 놈의 싸움을 보스 전에 넣은 점이다. 자신이 자신과 싸우는 것이라 내가 상대를 때려야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맞아야 상대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이길 수 있는 방식이다. 내 분신에 상처를 내면 결국 내가 아프다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나아가 더 크고 쇼킹한 기능 한 가지를 넣고 싶었다. 게임 외적으로 연결되는 무엇인가를 해 보고 싶었다. 이미 대중화 됐고 우리나라가 선두에 있는 온라인게임 그 이상의 무엇, 게임 외부에서 어떤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는 그런 것. 이 역시 ‘놈투’ 게임의 배경에서 찾았다. 정신 세계 속 모험을 하다가 엔딩에서는 우주의 개념까지 다다르게 되는데 바로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없을까를 생각했고, 응용 꺼리를 찾던 중 평소에 관심있던 아레시보 메시지를 떠올리게 됐다.
‘아레시보 메시지’는 1974년 아레시보라는 전파망원경 완공 기념으로 외계에 메시지를 송출했던 이벤트인데 게임을 통해서도 외계에 메시지를 보내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에 바로 구상에 들어갔다. ‘엔딩에서 외계인을 만나고 우주적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되면 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해 준다.’ 이렇게 풀어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엔딩에서 유저가 직접 원하는 메시지를 입력하고 그 메시지를 실제 외계에 송출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그냥 보내는 것처럼 연출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외계에 메시지를 송출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야 진정 쇼킹한 일이니까. 그래도 게임에서 이러한 기능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실제 구현에 많은 진통이 따랐다. 그 일화는 다음 호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신봉구 bong@gamev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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