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적합인증검사(EMI)를 받지 않은 수입 전자·정보기기가 범람하고 있다고 한다. EMI를 받지 않은 외국산 전자제품이 시중에 나돈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속이 어려운 온라인 유통사이트를 통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니 걱정이다.
중앙전파관리소가 올해 10월 말까지 EMI 미필 수입가전 및 정보기기의 불법유통을 단속하면서 온라인 거래를 통한 불법유통을 적발한 것이 118건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20∼30%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인터넷 확산과 함께 온라인 유통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는 전자·정보기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현재 하루 수만 건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단속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소니·니콘 등 일본 가전업체 한국판매법인들은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일본산 디지털카메라·캠코더·휴대형 오디오 제품 가운데 60% 정도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고 추정한다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 수입업자들도 최근 온라인 거래가 늘고 있는 대만·중국산 저가 PC메인보드나 디지털카메라도 대부분 EMI를 받지 않은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 정도니 EMI 및 형식승인 미필 수입 제품이 얼마나 많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소비자들이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과 안 받은 제품을 별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단순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안전인증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고발생을 미연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EMI 등 안전인증을 받지 않는 제품이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치파동에서 보듯 자칫 조그마한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그렇지 않아도 침체한 내수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등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EMI나 형식승인 등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시중에서 버젓이 판매돼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가전제품이나 정보기기는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철저한 안전인증은 제품의 품질관리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용자 안전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EMI를 안 받은 수입 전자·정보기기가 범람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선통관-후인증’ 방식으로 제도가 바뀐 탓이다. EMI를 받으려면 모델당 150만원의 검사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검사기간도 한 달 가까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영세한 수입상인들은 창고 보관비로 나중에 벌금을 내더라도 우선 팔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해지는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거래의 경우 판매되는 제품이 보이지 않아 단속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수입업자들이 EMI 수수료 등을 줄이기 위해 인증 검사를 받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상거래의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현실이 이렇다면 정부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선통관-후인증’ 방식의 인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종전처럼 ‘선인증-후통관’ 방식의 재도입도 적극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또 온라인 유통사이트에 퍼져 있는 불법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EMI를 받은 제품만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의 강제 도입도 필요하다. 정부는 차제에 전자·정보통신기기 인증제도 전반을 검토해 미비점과 보완점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렇다.
소비자들도 수입 전자·정보기기를 살 때 안전을 위해서 안전인증 필증을 꼭 확인하는 주의가 요구된다. 수입기기 판매상들도 한푼 아끼자고 안전인증을 기피하기보다 오히려 인증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안전감을 심어주고 인증 받은 제품을 권장, 신뢰성을 확보해 매출 증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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