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이런 영화가 있었다니.
브라질 출신의 작가 파울로 린스가 97년 발표한 소설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 도시 외곽의 빈민층 밀집지역 시티 오브 갓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기초로 집필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목격한 빈민층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삶을 소설로 썼다.
따라서 원작을 충실하게 영화화 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시티 오브 갓’은, 실화가 갖는 특유의 착지력에 기초한 놀라운 생기로 휩쌓여 있다. 현실에 튼튼하게 발붙인 작품이 갖는 미덕은, 우리가 보고 있는 이미지가 화려하지만 불면 날아가는 허공의 성처럼 덧없는 의미로 장식된 것이 아니라, 피와 살이 붙어 있고 맥박이 쿵덕쿵덕 뛰는 살아있는 생물체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성된 내러티브는, 충격적이면서도 체감도 있게 다가온다. 더구나 감독은 설득력 있는 영화적 구성을 위해 빈민가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을 과감하게 캐스팅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 빈민층 청소년들이다. 삶의 밑바탕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사실적 연기와 속도감 있는 편집, 감독의 독창적 상상력이 번뜩이는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어울어지면서 기적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역설적 의미를 갖는 제목처럼 ‘시티 오브 갓’은 모순적인 신화로 뒤덮여 있다. 대중적 스릴러 장르 구조를 갖고 있지만 뛰어난 미적 울림을 선사한다. 우리 현실의 한 부분인 삶의 비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존재 자체에 대해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 다시 말하자면 근원적인 존재론의 방법적 측면에 대해서 질문한다.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바로 거기에서 발생한다.
이 영화는 60년대 리오 외곽에 만들어진 빈민 도시 시티 오브 갓의 어린 청소년들이, 어떻게 마약을 하게 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무차별하게 총기를 난사하며 살인을 일삼는가를 보여주는, 폭력적이고 선동적이며 자극적인 순간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자체의 표피적 흐름에 그치지 않는다.
남미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브라질 갱단 조직이, 부패한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존재하고 있는 리오의 시티 오브 갓에서, ‘시티 오브 갓’은 실제로 촬영되었다. 네 구역으로 분할된 시티 오브 갓의 한 구역을 책임진 갱단 보스에게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적 내러티브는 사실적 배경을 바탕으로 미래의 유능한 갱단 조직원이 될 소년들을 캐스팅해서 사실적으로 찍은 이 영화가 놀라운 사실적 현장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오직 그것뿐이었다면, ‘시티 오브 갓’의 신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연출은 자잘한 이야기의 가지들을 거세하고 빠른 편집과 속도감 있는 점프 컷으로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간다. 감각적 CF나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화려한 영상의 외연은,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비참한 이야기의 내포와 맞물리면서 높은 미학적 쾌감을 선사한다.
당신이 아직도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믿지 못하겠다면, 하는 수 없다. 당신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수밖에.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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