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보화의 핵심 시스템인 전자의무기록(EMR) 시장이 지난 3∼4년간의 정체를 탈피,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30일 병원 및 SI 업계에 따르면 3∼4년 전 대형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병원 업계에 불어닥친 EMR 도입 열기가 올들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인하대병원·분당 재생병원·대구 동산의료원·국군수도통합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만이 일찍이 도입, 운영하는 데 그쳤으나 최근 들어 대다수 대형 및 중형 병원들이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특히 건국대병원·동국대 일산병원·국립의료원 등 대형 병원이 최근 EMR를 본격 가동한 데 이어 세브란스병원·중앙대병원·한림대병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등 대형 병원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EMR 운영에 돌입, EMR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처럼 EMR 운영 사례들이 점차 늘면서 그간 투자부담 탓에 EMR 도입을 주저한 조선대병원·경북대병원·국립경찰병원·보훈병원 등의 대형병원들도 타 병원의 동향을 파악하는 ‘눈치보기 경쟁’에서 탈피, EMR 투자를 신중히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SDS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이 더 이상 정보화 투자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늦어도 내년 하반기 쯤 되면 EMR 시장이 정체기를 벗어나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정보기술 측도 지난해 EMR 구축 사업을 1곳 수주했지만 올해엔 2곳의 EMR 구축 사업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 대형병원의 EMR 사업이 갤 것으로 내다봤다.
300병상 미만의 중형병원도 EMR를 점차 도입하는 추세다. 투윈정보시스템은 올해 중형 병원의 EMR 수주 실적 9건 가운데 3분기에만 6곳을 수주하고 4분기에도 6곳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 중형병원의 EMR 도입 붐이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컴퓨터도 작년 중형병원 1곳에 EMR를 구축한 반면 올 3분기까지 5곳의 중형 병원과 계약을 체결했고 4분기에 3∼4곳의 중형병원이 추가로 계약할 것으로 예측했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기존 OCS를 구축한 중형병원을 중심으로 EMR를 도입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밝혀 병원용 EMR 시장이 정체기를 벗어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 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EMR 시장이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활력을 띨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민간 의료기관의 EMR 도입 독려 차원에서 정부가 자금지원 또는 EMR 보험 수가 인정 등의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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