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시스템 사업에 주춤했던 한국IBM(대표 이휘성)이 각종 대형 프로젝트에 서버·스토리지 등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고 시장 공략에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이례적인 강수’에 대해 일부 업체는 ‘출혈’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IBM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한국IBM은 최근 교육부 행정정보시스템 프로젝트의 시범사업까지 수주한 한국HP가 본 사업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시범사업 당시부터 저가 수주로 논란이 일었던 사업이다. 스토리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L화재· P기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한국IBM은 주요 경쟁업체가 본사와 싸워가며 내놓은 가격 마지노선 보다 더 낮은 가격을 밀어 붙여 관심을 끌었다.
불과 1년 전 외국인 사장(토니 로메로) 체제에서 가격과 영업 스타일 모든 면에서 ‘수세형’이었던 한국IBM과 비교하면 ‘180도’로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에는 다 이긴 프로젝트도 아시아태평양 본부와 막판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흔했다.
‘공격형’으로 변한 새로운 IBM을 바라보는 업계 반응은 여러 가지다. “전체 서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주고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도 한 자리로 떨어지자 잃어버린 지위를 찾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보는 측이 있는가 하면 “지난해 사건으로 아직도 메인 시장인 공공 분야에서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어 매출을 맞추기 위해 마지막 자구책을 쓰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다국적 기업의 한 임원은 “리딩 기업의 가격 공세는 컴퓨팅 업계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한국IBM이 시장 가격만 내리고, 정작 시장도 못 키우고 점유율도 확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스템 분야를 총괄하는 한국IBM 김태영 전무는 “지금은 점유율 확대가 목표”라면서 “지난 1년 동안 원가 비용이 낮아지고 수익 구조도 더 탄탄해졌다”면서 오히려 추가 가격 인하 여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강병준·류현정 기자 bjkang·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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