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플래그십

 GS그룹이 계열분리 당시 LG그룹 측에 요구했던 기업 가운데 하나가 LG전선이다. 이때 LG그룹이 LG전선을 내줄 수 없다는 논리로 내세운 게 이른바 ‘플래그십’(Flagship) 이론이다. 플래그십이란 선단(a fleet of ship)에서 가장 중요한 모함을 지칭하는 것으로 군함으로 치자면 사령관이 탄 기함에 해당된다.

 LG전선은 당시 LG산전, E1, 극동도시가스, LG니꼬동제련 등과 선단을 이루며 모함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LG전선만을 분리할 수 있겠냐는 게 LG그룹 측의 반박논리였다. 결국 LG전선은 나중에 이 선단을 이끄는 LS그룹의 모기업이 된다.

 이 이론을 적용한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말은 여러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스토어)에 깃발(플래그)을 꽂는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가령 서울 강남지역에 밀집한 명품 가게들은 현장 판매보다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방문객들에게 심어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좀더 구체화된 게 ‘플래그십 마케팅’ 이론이다. 어떤 기업이 대표 제품 또는 브랜드 하나를 선정해 전체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게 골자다. 플래그십 제품은 앞에 회사명이 없어도 소비자들이 잘 인지하며 때로는 회사명보다 더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가보면 ‘태평양화학’이니 ‘코리아나화장품’과 같은 제조사 이름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이트맥주와 같은 기업은 아예 대표 브랜드를 기업명으로 바꿔버렸다.

 미국의 허름한 할인매장에 흑백TV를 공급하던 3류 기업 삼성전자의 사례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휴대폰 브랜드 ‘애니콜’은 벤츠폰, 이건희폰 등을 앞세워 고급 제품 이미지 심기에 확실하게 성공을 거뒀다. 이제 애니콜 휴대폰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최고급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급기야 삼성은 엊그제 125만원대 휴대폰 ‘세린’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의 저가품과 일본의 고가품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넛크래커’ 신세인 한국기업들에 플래그십 마케팅은 구원의 손길일 수 있을 것이다.

 IT산업부·서현진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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