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알게된 친구들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고 저의 기쁨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미르의 전설 2’ 유저 신욱(37)씨의 말이다.
근 3년이 넘는 장수 게임 ‘미르의 전설 2’은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하고 잘 알려졌지만 여전히 많은 유저가 이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아저씨로 통하는 신욱씨의 마음가짐은 유별나다.
그는 현재 현무 서버에서 54레벨의 고수이며 150명이나 가입돼 있는 ‘행복한섬’이라는 문파의 간판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다른 문파와 전쟁을 벌이고 대규모 전투에 주로 등장해 혜성처럼 상대방을 해치운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여러 개다. 그는 별명이나 캐릭터 명칭이 알려지면 다른 문파에게 집중 공격을 당한다며 한사코 공개를 거부했다. 프로의 마인드랄까.
# 공성전의 간판 스타
“요즘은 파티를 맺어 던전에서 몬스터 사냥하는 낙으로 살아요.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는 이제 레벨을 올리고 상대방과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 다른 유저들과 함께 사냥을 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미르의 전설 2’에 최근 던전이 업데이트됐는데 색다른 맛에 푹 빠졌다고.
평소 알고 지냈거나 잘 몰랐던 친구들과 파티를 형성해 사냥을 나가면 왠지 모르게 신이 난다. 이상하게도 일이 생겨 잠깐 파티에서 빠지면 꼭 좋은 아이템이 떨어져 운이 없는 것 같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물욕을 벗어난 고수의 경지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알게된 유저들과 채팅을 통해 밤을 새우며 대화를 나누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르의 전설 2’ 유저들과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참으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비슷한 연령대의 유저들하고만 친하게 지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어린 유저들하고도 친구를 맺었다. 그런 것들이 다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신씨가 ‘미르의 전설 2’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직장 선배의 힘이 컸다.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한때 같은 직장에 근무했었고 주로 지방으로 출장을 많이 나가야 하는 직업이었다. 출장을 나가면 사실 무료하다. 공식적인 업무를 마치면 할 일이 별로 없고 술이나 한잔 걸치는 것이 외로운 밤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선배에게 말했더니 온라인 게임을 추천해줬다. 처음에는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사양했으나 점차 깊이 빠져 들었다. ‘뮤’도 해보고 ‘열혈강호’도 접해봤으나 ‘미르의 전설 2’처럼 오래한 게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매일 3시간에서 많으면 10시간 정도 게임에 몰입한다. 집이나 일터에서는 게임을 하기 힘들어 PC방을 애용한다.
“결혼한지 13년 됐습니다. 집에서는 거의 하지 않아요. 주로 PC방에서 게임을 하는데 가끔 집에서 아이들이 ‘미르의 전설 2’를 하더라고요. 못하게 해야 하는데. 하하하…”
# 지나치지 않으면 좋은 취미
결혼 생활을 십년 넘게 했고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그의 아내는 신욱씨가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거의 유일한 취미이자 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슬며시 눈감아 주는 편이다. 그런 아내가 고맙다는 신씨는 아마 모든 유부남 게이머들의 부러움을 살 것 같다. 대부분의 유부남 가장들은 아내 눈치, 아이 눈치를 보면서 컴퓨터 앞에 앉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니 말이다.
그는 또 게임에 욕설이 많아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어떤 게임이나 장·단점이 있지만 특히 애정을 갖고 즐겨하는 게임인 만큼 유저들의 욕설이나 비매너 등을 회사측에서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을 아이들과 함께 해 보고 싶어도 그런 면들이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씨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게임뿐만 아니라 술이나 담배, 어떤 취미생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너무 몰두하게 되면 생활의 밸런스가 깨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그것만 자신이 잘 조절한다면 온라인 게임은 멋진 경험이고 재미있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진실된 게이머 신욱. 그의 라이프에 ‘미르의 전설 2’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과 같은 존재였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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