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아레아인터랙티브 최정목 팀장

“유저가 지루하지 않게 오랜 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자신이 직접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그런 작품이 저의 목표입니다.”

아레아인터랙티브의 최정목(30) 기획팀장의 말이다. 그는 조만간 벅스 게임에서 서비스될 예정인 ‘SOS 온라인’을 다듬고 완성시킨 사람이다. 이 작품은 학교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액션과 짜릿한 손맛의 플레이가 특징인 온라인 캐주얼 게임. 다양한 캐릭터와 특이한 무기가 대량 등장해 유저를 즐겁게 만든다.

# 애플컴퓨터로 게임 입문

최 팀장은 국내 게임산업에서 기쁨과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이다. 그가 처음으로 맡은 작품은 ‘겨울은…’이라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휴대용 게임기 GP32용이었기에 대중적으로 성공하기에는 처음부터 난관이 많았다. 그러다 당시 유명한 게임회사였던 이소프넷으로 들어가 ‘드래곤 라자’ 기획팀에서 일을 했다.

이소프넷은 PC패키지 게임 시절 매우 ‘잘 나갔던’ 회사였으나 시장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해 비운의 결과를 맞이한 곳이다. 하지만 그가 참여했던 ‘드래곤 라자’는 해외에서 호평 받으며 좋은 성과를 올렸고 국내의 유저들이 외면하는 동안 해외 유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여기서 인정받은 그는 국내 최고의 게임 개발사 가운데 하나로 손꼽혔던 소프트맥스에 입사했다.

소프트맥스에서는 ‘테일즈 위버’ 해외 기획을 담당했다. 그때가 2003년이다. 해외 기획이란 것은 일종의 현지화다. 그는 각 나라의 문화와 사정에 맞도록 콘텐츠를 수정·보완하는 기획일을 했다.

최 팀장이 게임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원인은 IMF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IBM PC와 애플컴퓨터가 국내에 막 보급되면서 연령을 초월해 남자라면 컴퓨터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공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모님을 설득해 컴퓨터를 구입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마침 최 팀장의 친구가 기계에 약한 어머니를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로 속여(?) 비싼 컴퓨터를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친구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일상생활이 됐다.

당시 게임들은 롤플레잉과 어드벤처가 대부분이었고 모조리 미국산 불법 복제물이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더 이상 친구집에서 눌러 앉아 컴퓨터를 만지기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컴퓨터가 없으면 공부를 못해요

“컴퓨터가 없으면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요. 요즘 학교는 모든 공부와 과제를 컴퓨터로 처리하도록 하거든요.”

이렇게 해서 소원을 성취한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플레이스테이션을 덩달아 구입해 CD-ROM이라는 최신 데이터처리 기계라고 속였던 것이다. 그는 날마다 PC·콘솔 게임에 푹 빠져 지냈으며 그와 반비례로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하지만 게임과 함께였기에 즐거웠고 후회없는 삶이었다고. 그러던 그가 군대를 가게 됐다. 힘든 군 생활이었지만 머릿속에는 최신 게임들이 헤엄치고 다녔다.

“2000년을 기점으로 전세계 게임 시장의 흐름이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전 군대에 있었던 거에요. 친구들은 모두 최신 게임을 즐기며 다양한 토론을 벌이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죠.”

제대하고 그는 친구들을 따라 잡기 위해 방에 틀어막혀 6개월 동안 오로지 게임만 플레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 팀장에게 게임은 고단한 삶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취미 생활에 불과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그는 진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먼저 졸업해 직장에 다니고 있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인생 별거 없고 짧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 말을 듣고 게임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개발에 대한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고, 그래서 그는 나름대로 게임기획과 자세한 이력서를 써서 국내의 여러 게임 업체에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파크에서 아르바이트라도 괜찮다면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가 왔다. 그렇게 최 팀장의 게임 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 날 위해 게임 만들어

그는 주로 어드벤처와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스타일이지만 가장 큰 감명을 받은 것은 ‘스타크래프트’와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의 명가 SSI의 ‘팬저 제너럴’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이 추구하는 게임은 유저가 일방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있고 한 작품을 오랜 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것. 그런 면에서 ‘스타크래프트’의 맵 에디터를 통한 유저 맵 세팅은 정말 놀라운 요소라는 설명이었다. 왠지 ‘스타크래프트’가 싫어 남들보다 늦게 배웠지만 그 가치에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면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시대는 변하고 예술은 깁니다. 게임은 세상을 변혁시킬 순 없어도 제 자신은 바꿀 수 있습니다. 게임을 만들어 유저들을 이끌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더 나은 제 자신을 위해 만들 뿐입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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