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ET와 삼성SDS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카자흐스탄 관세행정 현대화 구축사업을 수주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컨소시엄을 주도한 KTNET가 전자문서교환(EDI) 방식의 무역자동화 서비스를 대행하는 e트레이드 전문업체여서 우리나라 전자무역시스템 및 세관행정 운영기술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자정부는 물론이고 정부부처들이 개발한 행정정보 및 특허정보시스템,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개발한 행정시스템 등 다양한 정부 행정 정보화시스템을 세계 각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전자무역 인프라를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로써 행정정보망과 관련된 정보화시스템을 대부분 수출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IT기술력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고 IT강국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이 이번에 일본·싱가포르·대만 등 7개국의 통관시스템을 검토한 후 우리 시스템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후속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카자흐스탄은 관세행정 현대화 사업으로 4000만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전자세관시스템 구축까지 계획하고 있어 이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 전자세관 구축사업에 우리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엘살바도르·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와 키르기스스탄·베트남 등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행정 정보화 프로젝트의 수주뿐 아니라 IT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전자무역시스템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는 것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수익 이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 현재 세계관세기구(WCO)가 추진하는 통관시스템 관련 전자문서 표준화 작업과 관련, 우리의 전자문서가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글로벌 전자무역 활성화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 수주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와 민간업계가 협력해 치밀한 사전준비 끝에 성사시킨 민·관 협력을 통한 해외 프로젝트 수주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에는 산업자원부와 관세청 등 우리 정부의 IT외교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자부가 지난 2003년 아시아 역내 국가 및 한·유럽 간 전자무역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작됐고, 특히 이 프로젝트가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월 우리 관세청장이 카자흐스탄 관세청을 방문해 정보화 사업에 관한 상호협력 의향서를 교환하고 앞으로 현지 공무원들의 국내 훈련 지원을 약속하는 등 기반을 닦았으며 여기에 기업들이 관세행정시스템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충실한 사업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세계 각국이 IT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IT기술이나 정보화 모델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만큼 IT한류라는 결과물로 엮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번처럼 민·관 협력은 물론이고 대·중소기업 간 협력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나 정보화시스템 수출은 단순히 정부나 기업 독자적으로 나서서 되는 문제가 아니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술력 향상 및 해외 마케팅 등 SI기업들의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될 때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외에서 벌어지는 국내 업체 간 이전투구식 수주전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 각국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주한다 해도 실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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