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R&D 새틀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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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로봇의 청소로봇 룸바는 차세대 유망분야인 지능형 서비스로봇 시장에서 판매량 100만 대를 훌쩍 넘긴 초유의 히트상품이다. 1990년 설립된 아이로봇이 10여년 넘게 투자자들의 냉대를 이겨내며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이면에는 군용 로봇 개발을 통해 매년 1000만달러씩 지원한 국방 연구개발(R&D)투자가 있었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에서 1조4000억원의 로열티를 고스란히 가져간 퀄컴의 CDMA 기술도 미 국방 R&D의 산물이다.

 국방R&D 투자를 통해 방위산업 핵심기술의 국내 개발 비중을 늘리고 원천 과학기술 투자비를 늘리기 위한 새틀짜기가 이달 하순 본격화된다. 정부와 국회는 내년 1월 방위사업청 공식출범을 앞두고 △국방과학기술 진흥 △방위산업 육성 △조달·품질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11월 국회에 올려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

 ◇방위산업 육성, 산자·과기와 연계고리 생긴다=지금까지 각 군·국방부·조달본부와 방위산업체 위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방위산업 체제가 새롭게 구성된다. 방위사업법(안)은 연간 8조원 규모의 전력투자비 배분과정에 과기부·산자부 실국장급 공무원과 민간전문가를 참여시켜 국내R&D 가능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도록 했다. 방위사업추진위가 무기 구입보다는 국내 산업·과학기술 진흥을 우선 고려하면서 민·군 겸용 기술개발 활성화와 핵심기술의 산업화 연결고리가 강해질 전망이다. 또 방위산업의 전문화·계열화 제도를 통해 일부 업체만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시장을 2007년 말 모든 중기·벤처에 개방해 활발한 시장경쟁을 유도키로 했다.

 방위사업청 개정 준비단 관계자는 “1월 출범하는 방사청에 방위산업국을 마련, 연간 8조원 규모의 전력투자비와 국방R&D 자금을 산업화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방위사업법에도 방산육성과 수출지원, 국방과학기술진흥을 명시해 연계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방위산업체 사장은 “정부가 직접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보조금제가 WTO 규정에 어긋나 시행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지만 국방 R&D의 경우 이를 피해 국가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방산 수출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R&D 효과 키워야=국방부는 2012년까지 국방비의 10%를 R&D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국방비의 4.8%(2006년 예정)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나마 이를 집행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로 무기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핵심기술연구는 연구본부로 따로 분리해 R&D 예산의 7% 가량인 600억∼700억원만 투입하고 있다. 이는 국방비의 12% 가량을 투입하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 8조원대의 전력투자비도 기술개발보다는 즉시 전력을 위한 해외도입 위주로 운용된다는 지적이다.

 김명자 의원(열린우리당)은 “국방은 그 자체로 10조원 가량 규모를 가진 주요 산업이며 방사청 설립과정에서 이를 국내기술개발과 산업 생산성 향상에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논쟁이 향배 결정=정부·여당은 11월 임시국회에 방위사업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나 한나라당이 적정성 논란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방사청 설립을 정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황이어서 이 결론이 나오는 이달 중순이나 말 이후 뜨거운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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