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11 테러 이후 전략물자 수출통제가 강화돼 전략물자 불법수출 적발 및 제재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지난 8월 한국무역협회에서 수출기업 담당자 5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략물자 수출관리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수출기업의 수출통제제도 이행수준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300인 이하 업체들은 전략물자관리의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이(98.4%) 전략물자수출관리제도를 고려하고 있어 제도 이행을 위한 전략물자의 명확한 기준제시, 제도 이행을 위한 안내자료, 절차의 간소화 등이 요구된다.
사실 전략물자라고 하면 일반 군수물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그 범위는 매우 넓다. 핵 관련·재료·전자·컴퓨터·통신기기·항공전자 등 11개 분야의 물품과 기술로 구성돼 있으며, 이러한 통제를 지키지 않다가 적발되면 그 기업은 국제 제재에 따라 더는 무역을 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위반 업체는 모든 제품에 대해 20년까지 자국과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세계 12번째 무역대국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기업 처지에선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국제적인 무역질서로 형성돼 있고 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면 전략물자 관점에서 IT를 들여다 보자. 지난 8월 15일 서울과 평양을 잇는 역사적인 남북 영상상봉을 계기로 IT부문의 남북협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당장 북한에 시급한 것은 쌀과 비료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물류운송·통신인프라가 중요하다”며 남북 IT협력의 체계화를 강조한 바 있고,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예년과 달리 남북 간 IT교류를 적극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남북 IT교류 협력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등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가 활발해지고, 교류영역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올 초 전략물자 반출제한 품목이 아닌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 “IT인력 수급을 위해 비정치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남북한 IT교류협력을 적극 확대할 것”임을 강조했다. 최근 국내 중견 휴대폰 제조회사가 북한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한글 지원이 가능한 GSM 단말기 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좋은 사례다.
하지만 현재 남북한 IT교류 확대에는 미국의 전략물자 통제가 최대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7월부터 자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들어간 물품을 북한을 포함한 적성국 6개국에 수출할 경우 자국 정부의 사전 허가를 얻도록 하는 전략물자통제 및 수출통제규정(EAR)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종 사용자를 기준으로 ‘이중용도(dual-use)’로 전용이 가능할 경우 수출을 일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캐치 올(catch-all) 제도’는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윈도가 설치된 PC를 개성공단에 반입할 때도 미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전략물자화될 수 있는 IT의 특수성에 기인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여 남북한 IT교류 확대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8·15 영상상봉을 계기로 광케이블망이 연결돼 IT교류 협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인프라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남북 IT협력에 각계의 정책적 아이디어들이 수렴되어 단계별 중장기 교류협력 방안들을 도출해야 한다. 또 개별 기업도 전략물자에 대한 개념 인식을 통해 남북 IT협력을 위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강태헌 케이컴스 대표이사 thkang@unisq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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