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일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사장
“10년 동안 주경야독(낮에는 용역개발 아르바이트, 밤에는 자체 제품 개발)을 했습니다. 창업이래 실리콘밸리를 이길 수 있는 칩을 만들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박창일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사장(43)은 벤처 창업 동기와 사업의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지난 96년에 설립, 국내 시스템반도체 벤처업계를 선도하는 업체군에 속한다.
박 사장은 국내에 벤처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에 국내에서도 시스템반도체가 성공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창 대기업 위주의 기업 판이 펼쳐지고 있던 때에 안정적일 수 있는 울타리를 뛰쳐나왔다.
“10년 전 LG그룹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변에서는 사내 벤처 형태로 남아 안정성을 추구하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독립법인형태를 선택했습니다. 완전히 배수진을 치고 성공을 기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 사장이 창업을 위해 제안했던 품목은 DMB의 전신인 디지털오디오방송(DAB)용 반도체였다. 유럽 등의 DAB 서비스 바람도 있었고 국내 기술로 충분히 승산 있던 게임이었다고 박사장은 전했다. 회사 이름도 정보를 의미하는 ‘인포메이션’과 통신을 의미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첫 글자를 따서 ‘아이앤씨(I&C)테크놀로지’라고 만들었다.
하지만, 사업이 초기에는 고전을 겪었다. DAB가 생각만큼 급속도로 확대되지 않았다. 또 당시에는 기술만 믿고 벤처회사에 자금을 쏟아붓는 사례가 드물었을 때다. 많은 돈을 받고 안정적으로 연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낮에는 용역 일을 하고 밤에는 본업인 DMB 칩 개발에 몰두하는 이른바 주경야독식 생활을 해야했습니다. 창업 첫해, 1년 365일 중 360일을 출근하며 용역과 칩을 개발했습니다.
창업하고 1년쯤 지났을 무렵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IMF 외환위기 한파를 맞게 된다. 세계 경기를 휘청거리게 했고, 원화의 폭락이 있었지만 박 사장은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 그는 “당시 외산 반도체를 수입해 쓰던 세트업체들이 원화 폭락에 의한 원가 문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우리와 같은 국내 반도체 업체에 설계를 요구해 왔다”며 “이를 통해 업계에 국산 칩의 존재 가능성을 인식시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탄생한 반도체가 셋톱박스에 쓰이는 CI(common interface) 칩이다. CI 칩은 매그너칩 디자인 하우스 역할과 함께 아이앤씨테크놀로지를 10년간 버티게 할 수 있는 효자 역할을 했다.
현재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모바일 방송용 칩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로 변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관련 칩을 개발,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상파 DMB용 베이스밴드 칩과 튜너IC를 단일 칩에 집적하는 데 성공해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실 10년 전 DAB 칩을 하겠다고 창업을 했고 그때부터 이 분야에서 고민해왔으니 10년 내내 DMB, 즉 모바일 방송용 칩 개발을 해온 셈입니다. 특히 지상파 DMB는 국내가 세계 처음이고 해외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 세계 1위가 될 가능성이 큰 품목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시스템에서도 지상파 DMB처럼 국내 부품업체들이 칩을 먼저 개발하고 서비스 및 시스템 산업이 제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린 분야가 없었다. 적어도 모바일 방송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벤처의 원조인 실리콘밸리를 극복할 여지가 큰 것이다.
“지상파 DMB에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위성 DMB 또는 DVB-H 등 다른 모바일 방송 기술에 진출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준비하고 있고 세계 시장 진출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바일 방송에서 경쟁력만 갖고 있어도 양자도약(퀀텀 점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사장의 또 다른 목표는 오래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코스닥시장이니 나스닥시장이니 하는 증권시장 등록·상장(IPO)을 하나의 과정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IPO가 끝나고 자금이 많아지자 제품 개발이 안 되고 인재가 이탈하는 사례가 빈번한 업계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IPO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입원과 함께 직원들과 회사가 일체가 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사장의 생각이다.
박 사장은 이미 직원들에게 장기 근속의 동기 부여를 위해 사장 보유 지분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불하하고 있다. 그는 “지분은 줄어들지라도 우수한 직원이 그 이상으로 회사의 가치를 올릴 것으로 믿기 때문에 지분을 나눠주는 사장에게도 유리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IPO 이후에도 자신의 지분의 상당 부분을 직원들에게 성과보수 형식으로 주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의사결정은 사장이 행사하되 배당 등의 수익금을 직원에 대한 보상금으로 돌림으로써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또 다른 비약을 하기 위해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간 협력 및 인수·합병 등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힘을 합쳐 5억∼10억 달러 규모의 회사를 만들어내고 이 회사가 세계적인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박 사장은 반도체 분야는 기술과 자본을 두루 갖춘 업체가 결국은 승리하게 되는 구조라며, 우리나라의 우수 업체들이 연합해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진정으로 실리콘밸리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아이앤씨테크놀로지(대표 박창일 http://www.inctech.co.kr)는 위성셋톱박스 및 디지털멀티미디어(DMB)용 반도체 칩 개발 전문업체이다. 지난 96년 설립 초기에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를 주력사업으로 시작해 DMB 및 DAB, 디지털오디오앰프 등의 전용 칩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 현재는 자체 브랜드를 가진 반도체 칩 개발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그동안 무선랜 칩셋, 개인비디오녹화기(PVR)용 튜너, CI(Common Interface)컨트롤러, 디지털앰프용 파워IC등 수입의존도가 절대적인 핵심 IC를 국산화해왔다.
최근 국내외 DMB사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연이은 DMB용 신제품 발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상파 DMB용의 핵심 부품인 RF칩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베이스밴드 칩의 개발까지 완료해 양산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최근에는 RF칩과 베이스밴드 칩의 단일 칩화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원칩에는 한국형DMB (Band-Ⅲ)와 유럽형 (L-Band)을 모두 지원하는 RF 칩과 DMB, DAB(디지털오디오방송), MP3를 모두 디코딩할 수 있는 베이스밴드 칩이 내장되어 있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이 제품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DAB/T-DMB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현재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앞둔 해외 국가들이 국내 지상파 DMB 표준 채택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연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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