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인카드와 단란주점

박희범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정부 출연연구원들의 단란주점 출입이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법인카드 부당사용 내용 중에 상당부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부산 연제)이 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출연연 법인카드 부당사용 회수 내역에 따르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단란주점 이름이 버젓이 올라 있거나 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단 카드 사용이 즐비하다.

 A연구원의 경우 지난해 1월 하루 동안 D술집에서 40만원에서 48만원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218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B연구원도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E단란주점에서만 7차례에 걸쳐 300만원 이상 결제했다. 이 출연연은 이같이 단란주점이나 노래방 등 유흥업소와 호프, 카페 등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걸려 토해낸 예산이 45건에 1500만원이 넘는다. 원자력 관련 분야의 C연구원은 지난해 6월 같은 날 각각 49만9000원과 49만2000원이 같은 장소에서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심지어 일부 연구원의 경우는 노래 연습장이나 사우나 등 개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적발돼 회수당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같이 지난해 23개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하다 연구소 자체 조사 등에 걸린 것만 817건에 1억3000여만원이다. 그러나 적발된 경우는 실제 행태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5년 전만 해도 대덕연구단지 연구원들이 유성의 술집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돈 적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원들은 법인카드 사용처 제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K연구원의 한 총무과장은 “맥주 한잔을 하며 업무를 논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규정상 갈 수 없으니 ‘가라(거짓) 영수증’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민 혈세를 술집에서 쓰고 영수증마저 거짓으로 꾸밀 수는 없다. 정부와 출연연이 서로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김희정 의원의 말에 국민 모두 공감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전=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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