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통시장에 가격파괴를 몰고온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가 마지막 철옹성인 독일시장마저 뒤흔들 전망이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일인당 휴대폰 사용시간이 가장 짧은 편이다. 이웃 프랑스와 달리 휴대폰으로 수다를 떨지 않는 독일인의 과묵한 국민성이 주 원인이지만 유럽에서 가장 비싼 독일의 이동통신 요금체제도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이번주부터 초저가 이통서비스 MVNO가 독일시장에도 본격 도입됨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MVNO는 다른 회사의 휴대폰 네트워크를 임대한 뒤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이통서비스를 되파는 사업이다. ‘군살 뺀 휴대폰 서비스’로 불리는 MVNO는 직접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비용부담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은 기존 이통업체의 절반 요금으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MVNO는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MVNO사업자로 꼽히는 영국의 버진 모바일은 지난 99년 사업을 시작해 5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럽 최대인 독일이통시장도 이지모바일과 클라모빌이 이번주부터 MVNO와 유사한 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가격경쟁의 회오리에 말려든 양상이다. 독일 이동통신시장은 진작부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1위 자리를 두고 T모바일과 보다폰이, 3위 자리를 두고 E플러스와 O2 경쟁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들 4개 통신사가 쉽게 고객을 늘릴 수 있었지만 인구의 80%가 핸드폰을 소유한 상황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란 점점 어려워진다. 치열한 경쟁은 가격인하로 이어진다. 현재 독일의 휴대폰 요금은 분당 0.4유로. 3년 전의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유럽 평균과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편이다. MVNO의 시장진입을 의식해 이통업계 1, 2위인 T모바일과 보다폰은 기본요금과 가입절차가 없는 분당 0.2유로의 ‘군살 뺀 휴대폰 서비스’를 내놓았다. 가장 덩치가 작은 O2는 커피 체인점 치보를 통해서 단말기를 판매하고 고객 유치를 하는 등 영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막 출범한 MVNO는 독일시장에서 기존 이통업체보다 가격대를 더 낮출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지모바일과 클라모빌 외에도 MVNO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은 많다. 이통업계 3위인 E플러스는 선두업체를 따라 잡기 위해 유선전화처럼 저렴한 요금체계를 앞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E플러스는 MVNO사업자에 네트워크를 빌려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통업체로 손꼽힌다. MVNO경쟁에는 통신분야가 아닌 기업들도 유명 인지도와 판매망을 내세워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야채할인 전문매장이자 PC 전문매장인 알디 아인카우프도 MVNO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다. 이 회사는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MVNO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독일내 이통업체와 손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스웨덴의 가구업체 인터 IKEA 시스템도 독일 MVNO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중이다. MVNO의 파괴적인 저가공세를 맞아 독일의 이통요금체제가 슬림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당연히 독일인들의 휴대폰 사용시간도 저렴한 요금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정리=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원문:www.itworld.co.kr(‘IT Globa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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