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통방융합 논의,이젠 결론 짓자

 더 말할 게 있을까. 해 봐야 재탕 삼탕일 게다. 그렇다면 반복어의 행진을 멈추고 결정을 해야 한다. 통신과 방송 융합, 논의는 할 만큼 했다고 본다. 이제껏 공통분모 찾기를 한 것만 해도 30여 차례에 달한다. 이해 당사자와 학계·언론계 등에서 통합기구 개편과 규제 패러다임에 대해서 심도 있게 논의했다. 그리고 대안을 내놓았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다 나온 셈이다. 그런 데도 여전히 통신과 방송의 융합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별 진전이 없다. 그 대척점에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서 있다.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6월과 8월 말 두 차례 열고 타결점을 모색했지만 서로 방침 차이만 확인했다. 8월 말 간담회에서는 지상파 DMB 상용화를 서두르기로 하는 등 일부 현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IPTV 시범사업 도입이나 구조개편위원회 설치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중간 실무자들이 그동안 열린 세미나와 포럼에 나와 기구통합에 관한 계획을 밝혔지만 조직의 논리를 대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통부나 방송위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이해집단과 그에 딸린 인력이 얼마나 많은가. 통신산업 종사자는 18만여명이고 방송은 4만여명이다. 이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다. 기구 통합은 두 부처에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리가 걸린 문제다. 나중에 문화관광부까지 가세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통신과 방송 융합문제는 이미 10여년부터 거론돼 왔다. 본격 논의는 3년 전쯤부터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시대의 변화다. 이런 변화를 앞서 수용해 국부 창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다. 기술 발전을 법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어 기구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한다. 그런데 이를 누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추진하느냐를 놓고는 등을 돌린다. 정통부나 방송위는 자신이 통신과 방송 융합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구조개편위원회를 대통령과 총리실 어느 소속으로 하느냐를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논의를 거쳐 제시된 구조개편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위원회로 하자는 것이다. 통신방송위원회 또는 방송통신위원회다. 두 번째는 두 기구를 통합하되 정책과 규제기능을 분리하자는 안이다. 세번째는 현 체제를 그대로 두고 신규 융합서비스 등장으로 두 기관 사이에 쟁점이 되는 사안을 조정하고 규제하는 별도의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이다. 각 방안마다 최선은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 특히 세번째 안은 현실을 고려한 단기적 대안이다. 세 가지 방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연정에 쏠려 있다. 지역구도 개편에다 개헌론까지 등장했다. 부동산종합대책의 후속조치를 놓고도 정치권의 이해가 엇갈린다. 이달 하순부터 국정 감사도 해야 한다. 기름값 급등으로 에너지대책도 세워야 한다. 노사안정, 경제활성화 등 현안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니 통신과 방송 융합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가적 과제인 이 문제를 무작정 미룰 수는 없다. 매듭짓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대통령 산하건 총리실 산하건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그곳에서 끝장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다음은 국회가 입법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실은 이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 이상의 논의는 시간낭비다. 이제 갈래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