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우선순위

 요즘 소프트웨어(SW)업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육성책이 미진하다고 질타하고 국산 SW를 지원하기 위한 법을 마련했다면 정부가 앞장서 국산SW를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산SW의 1차 수요자인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형 SI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나 대형 SI업체들의 눈치 보기에 바빴던 2, 3년 전과는 달라도 한참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 국산 SW업체들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SW진흥협회, IT서비스협회, GS인증협의회 등 최근 SW 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설립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SW업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SW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산제품과 경쟁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SW업체들은 PC에서 운용되는 패키지 SW에서 기업용 IT시스템을 돌릴 수 있는 기반시스템이나 미들웨어로까지 전방위에 걸쳐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사용자들의 변화도 가져오고 있다. 과거 외산에만 한정했던 입찰자격을 지금은 국산에도 개방할 정도로 국산SW에 대한 평가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SW업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SW육성을 위한 노력보다는 정책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형 SI업체들을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인식한다면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가 역풍을 만나 좌초될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순서대로 차근차근 풀어가야만 모든 일이 실타래 풀리듯 이루어진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으면 안된다는 속담에서 엿볼 수 있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SW업계는 배워야 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한 단계씩 우리나라 SW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정부나 SI기업들을 이해시키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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