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서춘길 유비스타 사장(4)

◆골드먼삭스를 파트너로

 엑세스텔레콤과 인텔링스의 모든 법적인 합병절차가 완료됐다.

 하지만 곧바로 자금 문제를 선결해야 했다. 당시 은행권과 기술신용보증 금액이 만료돼 상환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텔링스의 신용도가 좋은 반면, 엑세스텔레콤은 합병전 100억원의 적자를 안고 있어 대출금 상환기간 연장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인텔링스와 거래했던 은행들의 제한적인 한도승인으로 대처했지만 힘겨운 날들이었다.

 회사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갔다. 위성DMB단말기, CDMA 소형모듈, GPS단말기 ASIC, GPS 소형모듈에 대한 추가 개발계획이 잡혔다. 개발비만 해도 연간 60억∼7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사업이었다. 향후 한단계 도약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었지만 자금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GPS 모듈 개발사업을 타회사에 전량 OEM발주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WLL프로젝트도 쉽지 않았다. L/C(신용장) 개설도 쉽지 않았다. 회사의 신용도가 A등급 이상이어야 하고 그것도 일정 부분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단체나 무역협회 등을 비롯해 신용장을 보증해 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상대인 대만 기업은 자금력이 풍부했다. 4∼5개월 동안 쌓은 신용도를 앞세워 우리회사의 금융사항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하소연했다.

 다행히 나를 포함해 우리 임직원의 성실한 노력을 인정해줬다. 대만업체는 나아가 자신들의 계열사이자 제조업체인 EMS 전문기업 ‘칼콤프’를 소개해줘 모든 사항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영업 이외에도 경영과 관리가 중요함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안정적인 자금원 확보에 나섰다.

 접촉에 들어간 회사는 미국 아맥스에 상장돼 있는 A사와 일본에 상장돼 있는 O사 등이었다. 모두가 우리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중 WLL, 휴대폰 단말기용 소형 GPS, VOIP 사업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A사의 경우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목적으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20만주에 대해 언제든지 의향이 있다는 것을 타진해 왔고 세부적인 가격 및 방법까지 타결이 완료된 상태였다. 일본의 O사는 내 보유주식 일부 및 자사주 120만주, 또한 제3자 배정을 통한 신주발행을 통해 전체 주식의 40%를 확보, 대주주 지위 확보를 원했다. 미국보다는 일본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이 계기였다. 지인을 통해 골드만삭스를 소개받은 것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적인 투자사인만큼 접근방법과 평가하는 방법도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기관 2군데에서 실사 및 자체 실사팀이 동원됐고, 모든 일처리 또한 합리적이었다.

 그즈음 일본에서 최종 계약서가 완료돼 계약을 하자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와 일본 O사와의 사이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나 혼자만을 생각할 것이냐 회사와 임직원을 더 고려할 것이냐의 순간이었다.

 고심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골드만삭스는 150억원을 우리 회사에 최종적으로 투자했다.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혔던 기업이 재기하면서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자금도 지원받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 순간이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를 결정한 날 그들에게 물었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기업도 많은데 왜 우리회사를 선택했습니까?”

 그들의 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회사의 투명성과 기술력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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