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는 물렀거라! 2D가 달려간다!

 ‘3D는 가라, 2D가 좋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2D 그래픽이 다시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등장한 2D 캐주얼 게임들이 기존의 MMORPG들을 점차 밀어내며 유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캐주얼 게임은 플레이에 부담이 없고 익히기 쉬우며 짧은 플레이 타임과 작은 용량의 클라이언트, 이에 따른 랙 현상 감소 등 많은 면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 바로 2D 그래픽이다.

‘신야구’ ‘던전 앤 파이터’ ‘마구마구’ 등이 2D 그래픽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개발사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MMORPG들은 풀 3D 그래픽이 대부분이지만 초창기에 나타났던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을 보면 그것 역시 2D 그래픽이었다. ‘뮤’가 나타나면서 3D 그래픽을 이끌었으나 하드웨어의 기술적 발달로 인해 유저들이 컴퓨터 사양을 높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의 게임 그래픽들은 완벽한 2D 그래픽이 아니라 3D 기술과 접목해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춰 나가는 것이 추세다.

최근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던전 앤 파이터’ ‘신야구’ ‘건스터’ 등의 공통점은 모두가 캐주얼 게임이라는 점이다. 또 2D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과는 맥을 달리한다.

‘던전 앤 파이터’는 80년대 오락실에서 흔하게 구경했던 도트 방식의 그래픽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으며 ‘신야구’는 2D 그래픽을 카툰 방식으로 처리했다. ‘건스터’는 실제 게임이 벌어지는 맵과 캐릭터를 2D 그래픽으로 작업했으나 배경을 3단계로 둬 입체적인 효과를 줬다.

이 외에도 앞으로 쏟아져 나올 대부분의 캐주얼 게임들이 2D 그래픽으로 무장할 전망이다. 모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2D 그래픽의 장점을 생각하면 작업이 힘들어도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많은 개발자들이 데이터 처리가 힘든 3D 기술보다는 2D 그래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D 그래픽 방식은 초창기 캐주얼 게임에서 이미 등장했었다. 대표적으로 ‘포트리스’ ‘비앤비’ 등이 있는데 당시 상황은 3D 그래픽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유저 PC의 사양이 높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MMORPG들도 2D 그래픽이었고 ‘뮤’와 ‘리니지2’가 풀 3D 그래픽의 화려한 면모를 구현하기 전까지는 2D 그래픽이 주류를 형성했다.

‘뮤’와 ‘리니지 2’의 성공은 3D 그래픽 바람을 일으켰고 여기에 영향받은 개발사들은 작은 캐주얼 게임들도 이것으로 만들었다. 최근까지 2D 그래픽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 80년대 게임들의 강한 영향

캐주얼 게임이 2D 그래픽으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은 그들이 80년대 오락실용 게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80년대 오락실은 싱글플레이 게임의 전성기였다. ‘갤러그’ ‘테트리스’ ‘동킹콩’ ‘스트리트 파이터’ ‘알카노이드’ ‘더블 드래곤’ ‘닌자 가이덴’ ‘라이덴’ ‘스타디움 히어로즈’ 등 수많은 히트작들이 선보였는데 모두 2D 그래픽이라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이다. 멀티플레이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싱글플레이에서 최대한 재미를 보장해야만 했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캐주얼 게임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80년대 히트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게임의 기본 컨셉트에 가장 적합한 그래픽으로 2D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것이다. 특히 ‘던전 앤 파이터’는 고의적으로 고전 게임의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투박한 그래픽으로 디자인한 사례다.

# 3D그래픽 보다 장점 많아

또 2D 그래픽은 기존 MMORPG에서 유저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가졌던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그들이 지녔던 단점이란, 수백 메가에 이르는 클라이언트, 잦은 랙 발생, 고가의 PC 사양 등이었고 집에서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한 개발자는 “3D 그래픽은 X,Y,Z 좌표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량이 필연적으로 많아지고 서버의 부하도 많이 걸린다”며 “랙 발생의 원인은 클라이언트에 있으며 3D 그래픽으로 랙 없는 클라이언트를 디자인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저가 게임상의 한 장소에 많이 모이면 아무리 고사양의 PC로도 감당이 안돼 엄청난 랙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사는 유저 인원을 강제로 제한하거나 공성전 등에서는 폴리곤의 수를 대폭 줄여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폴리곤을 줄이면 캐릭터의 외모가 거칠게 변한다.

이에 비해 2D 그래픽의 클라이언트는 일단 가볍다. 용량이 50메가 수준이기 때문에 다운받아 설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또 Z 좌표가 빠진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랙 발생도 현저히 낮은 편이다. 시각적인 면에서도 3D 기술보다 선명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 그래픽은 ‘재미’와 관계없어

그렇다고 개발사들이 게임을 100% 2D 그래픽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3D 그래픽과 접목 하거나 응용하는 경우가 현대의 2D 그래픽 흐름이다. 대표적인 예가 ‘라그나로크’. 이 작품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로 분류되는데 캐릭터는 2D로 디자인됐으나 배경은 3D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이를 2.5D라고 부른다.

개발자 사이에서 ‘라그나로크’의 그래픽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신선하다’와 ‘어색하다’로 나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결국 이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함에 따라 2D와 3D의 접목도 한때 유행을 타기도 했다.

80년대 2D 그래픽은 도트를 일일이 찍어 캐릭터와 배경을 만드는 100% 수작업이었다. 고도의 기술과 많은 시간,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80년대 당시에는 이렇게 만든 2D 그래픽들이 세밀하지 못했고 투박한 면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때문에 ‘라그나로크’의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미려한 배경에 비해 캐릭터와 이펙트 효과가 부드럽지 못했다. 개발자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3D 기술을 일부 적용하기 시작했다.

2D 그래픽이 주는 장점은 많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3D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사실감’을 추구하는 작품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또 눈부신 3D 그래픽에 익숙한 유저가 플레이 조차 하지 않고 외면할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발사들이 2D 그래픽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대다수 유저들이 ‘게임의 재미가 그래픽에 있지 않다’라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70년대와 80년대는 2D 그래픽 게임이 절정에 달해 있었고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은 2D 그래픽이야말로 게임에 가장 최적의 방식이라고 믿고 있었다. 게임 시스템의 수준 또한 3D 그래픽을 받쳐주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90년대 초 게임 그래픽을 3D로 만들자는 생각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3D 게임을 주도한 주인공은 세가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 쿠타라기 켄도 같은 생각으로 소니의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를 3D 그래픽이 가능하도록 지휘했는데 세가가 한발 앞섰던 것이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세가의 스즈키 유는 먼저 2D 그래픽으로 3차원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레이싱 게임 ‘버추어 레이싱’을 폴리곤으로 만들어 발표했는데 전세계 게임계에 엄청난 충격을 준 작품은 바로 대전 격투게임 ‘버추어 파이터’였다.

이 작품은 평면적인 움직임에 국한된 게임을 3차원으로 만들어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그래픽만 3차원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와 유사한 타격 감각, 캐릭터의 움직임, 배경 등으로 유저와 개발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여기서 시작된 3D 그래픽은 세가의 레이싱 게임 ‘데이토나 USA’로 이어졌는데 이 타이틀은 질주하는 스피드감과 실제 운전대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이 때부터 게임 개발자들은 3D 그래픽이 유저들에게 얼마나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지 실감했다. 2D에서는 아무리 실사처럼 그려도 사실감이 떨어져 애니메이션 차원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3차원을 표현할 수 있는 3D 그래픽은 2D에 비해 현실감에서 너무나 월등했다. 유저들은 3차원 그래픽을 접하면서 게임에 더욱 깊이 빠져 들었고, 개발자 사이에서는 3D로 게임을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됐다.

 게임기에서의 3D 열풍은 PC로 넘어와 PC 패키지 타이틀도 3D 그래픽을 표준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PC 게임에서 3D 그래픽이 뒤늦게 나타난 것은 컴퓨터 부품의 발전 속도가 콘솔 게임기에 비해 뒤쳐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3D 그래픽이 게임의 표준으로 정착하면서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은 CPU 제조사와 그래픽 카드 제조사라는 점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3D그래픽의 MMORPG게임이 갖고 있는 지리한 노가다와 단순한 레벨업에 지친 게임 유저들이 짧고 화끈한 액션을 살린 캐주얼 게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2D그래픽이 다시 각광 박기 시작 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란 사실이 게임에서도 그대로 증면된다고나 할까. 현재 캐주얼 게임들 사이에서 주류로 형성되고 있는 2D 그래픽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잠시 애니메이션계에서 몸 담았던 아레아인터랙티브의 정민섭(32) 그래픽 팀장에게 2D와 3D 그래픽의 장단점, 그리고 게임에서의 차이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그래픽 작업만 따지면 3D보다 2D로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다”고 말했다.

 

- 그래픽 작업으로 볼 때 2D와 3D 중 어느 것이 어렵고 작업 시간이 긴가.

▲ 오로지 그래픽으로만 보면 2D가 힘들다. 3D는 프로그래밍이 어려운 것이다. 2D는 게임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한다.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캐릭터의 걷는 동작, 뛰는 동작, 스킬을 사용하는 움직임 등 흡사 애니메이션처럼 모두 작업해야 한다. 따라서 손도 많이 가고 인력도 적지 않으며 작업 시간도 길다. 이에 비해 3D는 초반 작업시간이 길지만 3차원 모델링만 해놓으면 쉽게 응용이 가능해 시간이 지날수록 수월하게 다룰 수 있다.

- 최근 추세를 보면 캐주얼 게임들은 2D 그래픽을 선호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나.

▲ 캐주얼 게임들은 쉽고 편하게 즐기며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진다. 따라서 클라이언트를 최소한으로 만들고 컴퓨터 사양을 최저로 맞추는 것이 좋다. ‘맞고’ 한판하자고 수백 메가 용량의 파일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2D로 만들면 CPU와 그래픽 카드, 램에 부하가 적게 걸리기 때문에 여러 모로 장점이 있다. 또 2D라고 해서 그래픽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국내에는 2D 그래픽 작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드물다는데.

▲ 그렇다. 하드웨어의 급격한 발달이 2D를 외면하고 곧바로 3D 기술자를 양산시켰다. 3D 그래픽 작업을 잘 하는 인력은 많지만 2D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문적으로 도트 작업이라고 하는데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보면 2D 그래픽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몇 십년의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

- 2D의 장점이라면 뭐가 있나.

▲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와 선명한 화면을 보여 줄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확살히 3D 그래픽보다 낫다. 3차원으로 모델링된 그래픽은 많은 데이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프로그래밍이 어렵고 계산이 복잡하게 이뤄진다. 필연적으로 클라이언트 용량이 커지고 유저의 컴퓨터에 부담이 간다. 3D 그래픽이 반드시 필요 없다면 2D도 좋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MMORPG에서 2D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 게임 그래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 게임 컨셉트에 적합한 그래픽을 선택하고 창조하는 것.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림에 대한 소양이다. 최근의 그래픽 작업은 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툴에만 익숙한 개발자가 많다. 그러나 그림과 미술에 기본이 없다면 게임 그래픽은 엉망이 된다. 이런 것들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표현할 수가 없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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