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 법따로 현실따로](하)어떻게 풀 것인가

텔레매틱스산업협회가 지난 6월 현대차, 쌍용차, 르노삼성 3개사가 제공중인 텔레매틱스 서비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입자는 3000여명이다. 또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내비게이션 단말기의 보급대수는 PDA 겸용 내비게이션을 제외하고 40만∼50만대로 알려졌다. 보급률이 가장 높은 GPS 수신기는 2004년 현재 약 10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 1500만대의 약 10%에 해당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규제의 최소화 어디까지인가=전문가들은 자동차가 이미 제2의 생활공간이고 운전석을 제외한 공간은 무한한 이용가치가 있는만큼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외국에서도 내비게이션을 사용중이며 국내 수요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현재는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운전석이다. 미국은 운전석에서 보이는 위치에 TV, 비디오 등 영상 매체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내비게이션은 예외로 뒀고 일본은 설치 자체는 허용하되 운전중 단말기를 계속 주시하는 운전자의 행위를 금지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설치 자체는 허용하되 대신 텔레매틱스 단말기 등이 운전자의 시야를 뺏지 않도록 음성 정보 사용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신용균 수석연구원은 “텔레매틱스 산업이 국가의 중요 육성 목표임을 고려해 설치 자체는 허용하고 안전운전에 우려가 있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성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해 운전자의 시각적 부주의를 최소화하고 운전중 장치 조작과 시청을 금지하는 등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조건에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경용 ETRI 네트워크경제연구팀장은 “운전자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기술적 방안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음성 인식 기술을 텔레매틱스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팀장은 “현재 기술로 정보시스템과 음성 연동이 가능해 텔레매틱스에서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한 단말조작 방식을 구현하면 운전자의 안전한 이용을 증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처 간 협력 시급=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전을 목표로 하는 경찰청과 산업육성이 주된 역할인 관련 부처 간 협력이 급선무다. 경찰청을 필두로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 관련부처들이 안전과 산업 진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와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텔레매틱스산업이 도로 교통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진만큼 건설교통부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호 컨피테크 이사는 “정부 역시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지 않은 내비게이션이나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합법화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텔레매틱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이라 한다면 정통부, 산자부, 건교부, 경찰 등 부처 간 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경찰이 내비게이션이나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경험하게 하는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해 현재의 부처 간 조율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숙 의원(한나라당) 측도 “모든 문제가 방치되고 심화되고 나서야 움직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합리적인 접점 찾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텔레매틱스 활성화 방안을 수립할 때 이 같은 문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