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반도체 장비산업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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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0년대 초 국내에서 처음 반도체산업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반도체라는 말조차 생소한 상황이었다.

 불모지에서 출발한 국내 반도체 제조기술이 세계 선두자리에 올라서기까지 20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은 수많은 연구원의 피나는 노력과 시기 적절한 투자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우리는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지난해 국내 소자업체의 반도체장비 수요는 5조3000억원 규모로 급증했으나, 국내 장비생산은 1조3000억원에 그쳤고 국산화율도 2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분야에서 고속 성장과는 달리 △비메모리 △장비 △재료산업 등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우리의 반도체산업은 메모리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점진적인 투자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은 독자적인 개발과 국산화가 미흡한 수준이며, 그나마 국산화된 것도 주변장치와 후공정장비 등에 편중돼 있다.

 반도체 장비는 제품수명이 짧고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다. 또 첨단 부품과 기술력의 집합체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스템통합 능력이 매우 중요하고, 일반 제조업체와는 달리 주문자 생산방식 (OEM)이어서 대부분이 중소업체 형태를 띠고 있다.

 반도체 장비산업은 △초정밀 가공기술 △초청정기술 △극한기술(온도·압력·에너지) △메카트로닉스 및 소프트웨어 등 핵심 요소기술 인프라가 골고루 갖춰져야 하는 종합 기술의 결정체로, 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커 전세계적으로 국가 중추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은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 국내업체의 경우 규모가 영세해 선진 장비업체에 비해 △자금 △인력 △정보 △원부자재 조달능력이 부족하고, 막대한 초기 연구개발 (R&D) 투자비용에 대한 위험부담도 크다.

 또 설계능력 및 성능평가 분석기술 등 기반기술 확보가 취약한 상태이며, 소자업체가 장비업체 개발능력 및 품질, 적기 공급능력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있어 장비업체의 국산화 개발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욱이 후발주자로 출발한 국내업체가 국산화 개발을 완료해도 외국업체의 가격인하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이를 사업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관련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수적인데, 국내 장비업체가 핵심 부품업체를 양성하려 해도 수량이나 제조원가 부담으로 인해 어려운 실정이며, 이러한 장비산업의 어려움 때문에 우수 인력이 반도체 장비업계에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산화 대상설비의 △난이도 △기술수준 △시장규모 △시기 등을 감안해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국산화 유형을 결정하고,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재 선진업체와의 기술격차를 최단 시간에 좁힐 수 있는 방안으로 합작투자 및 기술제휴 등 윈윈 전략도 고려해야 하며, 핵심기술을 확보해 모방에서 벗어나 국산화 장비를 새롭게 창조해 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국내 장비업체의 소자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만큼 현재 문제점만을 생각하고 소자업체가 국산장비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소자업체의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와 대학, 소자업체 간의 명확한 역할분담도 시급하다. 이제는 현실만을 고집한 채 미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일을 다시금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내 반도체산업이 걸어왔던 영광의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반도체 장비산업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로 올라서는 신화를 다시 한 번 창조하기 위해 모두가 뛰어야 할 때다.

 <세메스 김용쾌 상무 yq.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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