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용진 AMD 코리아 사장

Photo Image

박용진 AMD 코리아 사장은 대뜸 ‘경아’부터 거론했다. “30년전 경복고등학교 다닐 때 아마추어 무선 클럽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최인호 소설 주인공 경아가 유행이었는데 ‘경복 아마추어 무선클럽’을 줄여서 경아라고 불렀지요.” 20년 가까이 IT현장을 누벼온 배경에는 바로 이 ‘경아’가 큰 힘이 됐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외국에서 1년 이상 살아 본 적이 없는 그가 영어를 잘하게 된 배경도 단파로 외국 방송을 듣던 ‘경아의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어렸을 적부터 기계를 만지고 분해하는 것을 좋아했던 박 사장은 아마추어무선(HAM)이 드물던 그 시절, 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친구와의 우정을 돈독히 했던 것이다.

‘경아 친구’들과 지금도 친목을 다지고 있다는 그는 “당시의 납땜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지며 그리워진다”면서 “일일이 땜질하던 그 시대가 지금의 얼리 어답터(조기 사용자)보다 훨씬 나은 것 아니냐”며 소탈스럽게 웃었다.

사실 박 사장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IT와 접했다. 그 당시 동대문에서 열린 ‘2회 전자전람회’(박 사장은 2회를 정확히 기억했다)를 본 박 사장은 “전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생전 처음 본 컬러TV에 눈이 희둥그레졌으며, 똑같은 것을 재생해내는 복사기를 보고 “뭐 이런게 다 있나”며 어안이 벙벙했다.

전람회의 신기한 물건에 충격을 받은 박 사장은 결국 전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삼성전자, 퀀텀코리아, 엔비디아 코리아 등을 거쳐 지난 2003년 5월부터 AMD코리아 대표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 본사의 부사장으로 승진해 외국계 컴퓨터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 외국계 컴퓨터 기업은 통상 국내 지사를 컨트리 매니저급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64비트 칩을 다른 나라보다 성공적으로 판매했고, 또 올초 본사에 AMD의 블루오션인 임베디드 시장 공략을 위해 디자인 센터 설립을 건의하는 등 열심히 일한 것이 좋게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부사장 승진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힌 그는 AMD코리아에 오자마자 일본에 속해 있던 이 회사를 분리, 하나의 지역(region)으로 격상시켜 놓았다.

“AMD가 잘 될 것이라고 믿는 확신범으로 왔다”던 취임 당시의 박 사장 호언대로 이 회사의 외형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매출이 계속해 두자릿수로 늘고 있으며 고객 확보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버거운 경쟁자인 인텔보다 훨씬 앞서 64비트 프로세서를 출시,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높여가고 있다.

여러 IT기업을 거치면서 성과를 낸 그지만 “다국적 기업 생활 18년동안 숫자(매출과 순익)에 연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2등 기업임에도 1등을 따라잡기 위한 ‘독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그는 지금도 숫자에는 큰 신경을 안쓴다고 했다.

“정도 경영이 중요합니다. 정도 경영은 처음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이런 신념 때문에 박 사장은 AMD코리아에 오자 마자 성행하던 ‘밀어내기’를 완전히 중단시켰다. “분기말마다 실시되던 밀어내기가 없어지자 직원들이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고, 회사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밀어내기를 없앤 대신 그는 직원들에게 “평소에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절대 품질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말라”면서 고객의 요구나 불만사항이 있으면 모두 들어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2등의 논리’를 잊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2등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기보다는 화합과 단결을 중시하는 화합형 CEO인 그는 인복도 많은 편이다. 그가 AMD코리아에 오게 된 것은 전직장(퀀텀코리아)에서 일하던 동료의 추천 때문이며, 그래픽 칩세트로 유명한 엔비디아코리아 초대 지사장을 지내게 된 것도 전 직장 동료의 추천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이 좋은 CEO”라고 겸손해 한 그는 뛰어난 통찰력과 전문가의 식견 그리고 열정을 리더의 중요한 3가지 요소로 들면서 “이중 나는 통찰력에 강한 편”이라고 밝혔다.

좀 늦었지만 로마인 이야기를 열심히 읽고 있다는 그는 개인적 소망을 묻자 “천체망원경을 사서 하늘을 보고 싶고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로 질주하고 싶다”면서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기 위해 공부중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사진; 최근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용진 AMD 코리아 사장은 “임베디드 시장에서는 AMD가 인텔보다 유리 하다”면서 2등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2등의 논리’를 강조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