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자율적인 정보보호와 규제

Photo Image

최근 들어 흡연권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금연통계자료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 성인의 흡연율은 29.8%고, 이 중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56.7%에 달한다. 흡연율이 이렇게 높음에도 불구하고 비흡연자들의 혐연권(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이 흡연자의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는 내용을 기반으로 공중시설 내 흡연을 제한토록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금지되어 빌딩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는 흡연자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흡연은 비흡연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흡연자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공기를 오염시켜 환경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국민 공동의 복리에 관계되기 때문에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에 따라 흡연행위를 법률로써 제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흡연권 제한을 흡연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자료의 전산화 및 인터넷 이용이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의 일부분으로 정착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6세 이상 인구 중 인터넷 이용률은 2004년에 70.2%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전자정부준비지수가 세계 5위 및 국가정보화지수가 세계 7위에 오르는 등 주요 국제정보화지수에서도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정보보호업무가 기업경영과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정보보호 수준은 분야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즉 정보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나 단체의 수준은 더욱 향상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의 정보보호 수준은 더욱 저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동안 정보보호를 소홀히 했던 기업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잘사는 나라와 잘사는 동네에만 도둑이 드는 것이 아니라 못사는 곳에도 도둑이 있다. 못사는 나라에도 지킬 만한 가치있는 자산이 있다는 의미인데 오히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비록 절대적인 가치는 낮더라도 상대적인 가치가 더 높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회사에는 지킬 만한 가치있는 자산이 없어서’라든지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어서’ 등의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정보보호에 관련된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통제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필요성을 자체적으로 깨닫고 정보보호업무를 수행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보 관련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대책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에 예방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안사고 관련 예방조치를 하도록 하는 것을 규제라고 인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운전할 때 교통신호 준수와 안전벨트 착용을 불편한 규제라고 인식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과 같다. 만일 마음대로 통행하게 하고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길거리에서의 차량운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사고 발생시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규제가 아닌 예방조치로 인식하고 적극 수용해야 할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율적인 정보보호업무 수행이 최선이겠지만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최소 한도의 공통 지침이라도 준수해야 한다. 이것을 규제로 인식하지 않고 정보보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백태종 에이쓰리시큐리티컨설팅 대표 tjb@a3sc.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