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현상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 현대 인류에게 경제적,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이면에는 공업화로 인한 환경 오염이나 물질 숭배, 빈부 격차, 치열한 경쟁사회 등과 같은 어두운 모습이 놓여 있다. 정보기술(IT)도 마찬가지다. 생산성 혁명을 불러오고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반대로 정보 격차나 정보 소외, 인터넷에서의 언어 폭력이나 사이버 폭력, 유해정보의 무분별한 유포 등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한 여대생이 지하철에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렸다가 사회가 떠들썩할 정도로 사이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은 인터넷만이 가지고 있는 가공할 만한 폭력성과 파괴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인터넷으로 인한 역기능이나 유해성 때문에 인터넷의 순기능까지 도매금으로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신문,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의 일방적인 정보유통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개인이 자유롭게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함으로써 사회의 다원화와 민주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인터넷의 심각한 역기능 중 하나인 청소년의 유해 동영상 문제는 정보에 접근 장벽이 사라지고 정보 유통의 평등이 실현돼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소 어두운 면이다.지금의 기성세대 역시 청소년 시절 어른들의 눈을 피해 책자나 비디오테이프로 음란물을 보지 않았던가. 다만, 복제와 유포가 손쉬운 디지털과 인터넷의 속성 때문에 더 광범위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비난할 대상은 음란물로 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생각이다. 성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개인뿐 아니라 대표적인 거대기업인 이동통신회사들이 성인물을 통해 1년에 수십억, 수백억원씩을 벌어들인다고 한다.
이제 인간은 인터넷을 떠나 생활하기 어려우며 인터넷이 나쁘다고 차단할 수도 없다. 다만, 인터넷의 폐해를 줄이고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와 기업,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통한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소모, 잘못된 정보 유통과 이로 인한 국민정서의 왜곡을 줄여가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은 인터넷 트래픽을 늘려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 트래픽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트래픽의 급증은 스토리지 등 기업들의 비용으로 직결된다. 유해 동영상 차단은 청소년 선도 외에도 트래픽의 주범을 잡아 급증하는 인터넷 인프라의 투자비용을 줄여갈 수 있다.
지란지교소프트 경영전략팀 양은경 대리 yang@ji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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