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치 HDD 시장 삼성전자 돌풍에 日 멈칫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4년 2.5인치 HDD 업체별 세계 시장 점유율

 노트북PC에 주로 사용하는 ‘2.5인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에서 후발 업체인 삼성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업체가 잠정 집계한 올 상반기 HDD 소매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일본 업체가 주춤한 반면 삼성전자와 시게이트가 크게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2.5인치 시장 진출 이후 1년 만에 ‘2위’ 그룹으로 부상해 시장 석권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2.5인치 HDD 동향=업계에서는 2.5인치 국내 소매 시장의 2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늘어난 6만개 정도로 추산했다. 오션테크놀로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후지쯔가 지난 2분기 2만개 정도로 국내 소매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시게이트와 삼성전자가 각각 1만2000개 정도를 판매하면서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삼성은 출시 1년 만에 2위 그룹에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와 함께 지난 2003년 2.5인치 시장에 진출한 시게이트도 올 상반기 ‘순항’ 행진을 이어갔다. 시게이트 측은 “지난해 2분기 8000여개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25% 가량 증가한 1만2000개를 유통했다”며 “올 4분기 1만5000여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3.5인치의 강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도 지난해 2.5인치 시장에서 도시바·후지쯔 등 일본 업체가 여전히 70% 이상을 점유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 업체는 노트북PC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2% 가량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시게이트·삼성전자는 각각 2%와 1.9%포인트 성장해 후발 주자의 도약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삼성 ‘약진’ 배경=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40GB 용량 2.5인치 제품을 출시하면서 노트북PC용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3.5인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던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진출 1년 만에 국내 2위 그룹으로 올라섰을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2%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2분기 2.5인치 제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 선호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 HDD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로,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집중 투자로 출시 1년 만에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 SATAII 방식 제품을 경쟁사에 비해 한 달 이상 빨리 출시한 점도 주효했다. 지방까지 이어지는 AS도 삼성의 또 다른 강점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최근 델에 HDD 공급을 시작했고 내달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에도 2.5인치 HDD가 공급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소매 시장에서의 ‘강세’가 기업(OEM) 시장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직 기록 방식 2.5인치 120GB 제품 출시를 앞두는 등 기술도 정상 수준”이라며 “2.5인치 소매 시장 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전망=2.5인치 소매 시장은 노트북PC 제조사에 공급되는 OEM 물량과 차이가 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히타치·후지쯔 등 일본계 기업은 전통적으로 소매보다는 OEM 시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소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

 하지만 소매 시장 선호도가 결국 OEM 공급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앞으로 2, 3년 뒤 시장 판세 변화를 보여 주는 바로미터라는 해석이다. 앞으로 이런 결과는 소매 시장뿐 아니라 OEM 물량을 포함한 것이어서 관련 시장에 후발 업체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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