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 벤처확인` 핵심은 신뢰

 정부가 벤처확인제도 개편안을 두고 고민이 많은 듯하다. 당초 상반기에 벤처확인제도 대체안을 내놓기로 했던 중소기업청이 최근 이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중기청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용역 연구 결과를 토대로 네 가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선택만 남겨 놓았던 점을 고려하면 정책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중기청이 벤처확인제도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새로 마련한 방안들이 ‘벤처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벤처정책의 골격에 맞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기존 벤처확인제도를 향후 5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 공동 발의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한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3일 ‘중소기업 금융지원체계 개편’ 회의에서 ‘시장친화적 벤처확인제’를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지시 사항인만큼 어떤 식으로든 반영해야 하는데, 새 개편안이 여기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기청은 현재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벤처확인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심사를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신보나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실시하고 확인하게 하는 시장친화적 방식이며, 또 하나는 벤처확인제도를 폐지해 벤처 성격 자체를 완전히 시장원리에 맡기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예전처럼 정부가 서류를 보고 도장을 찍어 벤처를 확인해 주는 제도는 없애겠다는 기존 정부 방침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접근이라고 본다.

 그러나 어떤 방안을 택하든 논란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정책이 대부분 자율과 경쟁에 바탕을 둔 간접지원제도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혜성에 가까울 정도의 직접지원제도인 벤처확인제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도 문제다. 벤처확인제도의 폐해성과 폐지가 거론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벤처 비리가 터질 때마다 제기됐고 운영방식이 여러 차례 개선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부 부작용만을 고려해 무조건 폐지하는 것도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기존 벤처확인제도가 수년간 검증된 안정적인 제도고 폐해보다는 벤처 활성화라는 순기능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측면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더욱이 정부가 지금 벤처업계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정도로 벤처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러하다.

 이제 벤처확인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시장친화적으로 바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정부가 벤처캐피털이나 시장에서 벤처로 확인만 받으면 지금처럼 각종 세제 혜택 등 특별법상 지원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벤처기업 인증은 객관적이고 철저한 점검 평가를 통해 이루어지고 신뢰성을 갖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신용보증에 가까운 벤처확인제도가 ‘묻지마 투자’를 야기하고 결국 주가폭락으로 이어진 전례에 비춰볼 때 더는 폐해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중요한 점은 정부가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이후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업계의 평가대로 지금 정부의 벤처지원제도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갖춰진만큼 벤처캐피털 , 코스닥시장, 인수합병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고, 벤처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시장에서 명확히 가려지도록 인프라 확충과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벤처기업 정책의 중심을 시장에서 외면받기 쉬운 초기 벤처기업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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