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워’가 오픈한지 2달 가까이 흘렀다. 이제 서서히 롤플레잉 모드를 끝내고 본격적인 대인전 모드로 신나는 전투를 즐기려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군입대를 기다리는 안건빈(23)씨도 그 중에 한명. 래더 랭킹 1, 2위를 다투는 코리아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을 ‘길드전 예비 멤버’라고 소개하는 평범한 유저다.
그가 ‘길드전’을 위해 육성한 롤플레잉 캐릭터는 ‘파란비(레엘)’,‘청우(워몽)’,‘KOR Bluerain(엘메)’ 등 3개.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퀘스트와 미션을 모두 클리어 한 그에게 있어 이들 캐릭터는 대인전에 사용할 스킬과 아이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룬의 봉인을 풀기 위한 작업용에 불과하다. 대인전 모드에 사용하는 캐릭터는 롤플레잉 모드에서 육성한 캐릭터가 획득한 스킬과 아이템 등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는 때문이다.
# MMORPG 골수 마니아에서 ‘길드워’ 유저로 변신
안건빈씨는 원래 골수 ‘리니지’ 마니아였다. ‘리니지’에서부터 ‘리니지2’까지 모두 섭렵하면서 롤플레잉게임의 묘미를 한껏 만끽해왔다. 하지만 그는 ‘길드워’가 등장하면서 MMORPG의 노가다에 싫증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 ‘길드워’는 하고 싶은 만큼만 할 수 있는 게임이에요. 유저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죠. 다른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처럼 레벨업이 중요하지 않아요. ‘길드워’는 레벨보다는 센스와 상황판단 능력이 중요한 게임이예요.” 그는 자신이 길드워 마니아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길드워’는 파티를 맺고 사냥을 시작하면 쉴 틈 없이 사냥에만 매달려야 하는 이들 게임과는 달리 자신의 플레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길드워’의 세계에 발을 담은 것은 지난 4월 28일, 오픈베타가 시작되면서 부터다. 물론 지난해 가끔씩 진행했던 위클리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벤트 기간이 짧아 맛보기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보통의 ‘길드워’ 유저들이 거친 코스 그대로다.
처음에 그는 주어진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 해가며 스토리를 읽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미션을 클리어 할 때마다 나타나는 동영상을 모두 감상하며 롤플레잉 캐릭터를 하나씩 키워나갔다. 레인저를 주 직업으로 만든 ‘파란비’가 주로 활약하던 시기였다.
# 초보탈출 도우미 하다 길드전에 매료
그러던 그가 코리아 길드와 인연을 맺고, 본격적인 길드전에 참여하게 된 것은 자신이 게시판 관리자로 활동하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초보탈출’ 프로그램에 도우미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초보자들이지만 ‘길드워’의 참맛을 알기 위해서는 길드가 필요했는데, 새로운 길드를 창설하는데 필요한 도장을 당시 최고의 길드였던 코리아 길드가 제공해 준 것. 도장은 토너먼트 우승팀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초보자들의 모임으로서는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이처럼 지원을 받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길드전이 제일 재미있죠. 깃발을 점령하고 상대 진영의 영웅을 잡아야 하는 길드전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가는줄 몰라요.” ‘길드워’의 재미를 묻자 그는 한참동안을 길드이야기만 했다. “한때는 래더 랭킹을 올리기 위해 PC방에 8명의 멤버가 모두 모여 24시간을 꼬박 길드전만 한 적이 있었어요. 물론 팀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단합을 위한 모임이었지만 이왕이면 다른 유저들에게도 길드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취지였어요.”
그러던 그가 갑자기 어두운 기색을 보이며 한마디를 던진다. “코리아는 비운의 길드에요. 비운….” 그가 이처럼 말하는 이유는 평소 온라인상에서는 연전연승을 하며 래더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세계 최강의 길드라는 명예를 얻기도 했지만, 상금을 걸고 일전을 벌이는 오프라인 대회에만 나가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길드원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특정목적을 가지기 보다는 친목을 위주로 활동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찾는다.
사실 그는 막강 멤버로 길드전을 벌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했다. 길드 내에서도 정규 멤버에 참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는 하지만 그는 예비멤버로라도 길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자체만해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 제대 후에는 새로운 미션이 기다리겠죠
“요즘에는 토익점수만으로 카투사를 선발하기 때문에 커트라인인 700점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 연말 께 입대할 예정이거든요.” 요즘 그는 토익 시험 준비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3∼4시간으로 줄였다. 대부분이 롤플레잉 캐릭터로 스킬과 아이템에 부여할 업데이트 재료인 룬의 봉인을 풀러 다니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대회만 열리면 언제든 연습에 몰두하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길드전’에 대한 욕심이 많다. 환경만 허락된다면 길드워 프로게이머로 나서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길드워 대회가 너무 뜸한 데다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남아있는 데 대한 부담이 커 군대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오프라인 대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전의를 불태운다. “군대 가기 전까지 마음껏 즐길 거예요. 제대하면 새로 나온 확장팩을 구입해서 새로운 미션을 클리어하러 다니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순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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