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 10주년 기획]결산 좌담회

 ◆일시:2005년 6월21일 오전 10시

◆장소:한빛소프트 회의실

◆참석자: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김영만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정무식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박재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 서현진 전자신문 디지털문화부장(사회)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10년의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분야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한 인프라와 이용자 수준을 갖고 종주국으로서의 아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에 즈음하며 본지는 그동안 10회에 걸쳐 ‘한국게임산업 10주년 기획 지나온 10년, 나아갈 100년’이라는 기획물을 통해 이같은 상황을 심도있게 짚어보았다. 이번호는 기획물의 결산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한국 게임산업의 진로를 제시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사회(서현진 부장)=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인 게임이 향후 국가경쟁력을 높일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산 게임의 명성이 드높고, 개별업체의 성장세 또한 눈부시다. 지난 94년 온라인게임 태동을 기점으로 10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적 길목을 지나고 있다.

 ◇김영만 회장=10년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개발사, 시장, 이용자 환경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 PC게임 타이틀로 1만장이 팔리면 대박이라던 상황이 이제는 온라인게임에서 동시접속자수가 수 십만명을 헤아리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우종식 원장=게임을 산업이라고 부르기도 초라할 정도로 구색을 못갖췄었다. 오락실로부터 출발한 허약한 산업기반, 국민들로부터 천대받고 멸시받던 인식 조건 등 뭐하나 그럴 듯한 그림이 없었다. 97년 보건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주무부처가 옮겨지면서 산업화 기회도 함께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산업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10년후 당당한 우리의 먹거리가 될 듯 하다.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선진 기업화 모델을 받아들였고, 왕성한 이용자 기반은 한국을 세계 최고의 게임 산지로 만들어 놓았다.

 ◇박재석 팀장=게임은 가장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는 선도 산업이다. 세계에 나아가서 당당히 수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과감한 기획으로 중국의 도전이나 미국 등 대형업체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정무식 회장=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출발은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공식이 이젠 성립된다. DB프로그램, 서버프로그램, 3D엔진 개발자들이 게임 분야로 넘어오면서 개발자 층도 두터워졌다. 기업만 2000개가 넘었다. 서버·엔진기술, 테스팅기술 등은 작은 나라로서는 선전하고 있지만,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 절대적으로 비교해서는 아직도 일천하다. 우리 게임산업이 온라인을 발판으로 도약했듯 새로운 도약기반을 만들어야한다. 지금의 기술과 노하우, 사람이 백년만년 우월할 것이란 착각은 버려야한다.

 ◇사회=지난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일을 열어 보기로 하자. 지금 우리앞에는 사회적 순기능을 위한 인식전환, 플랫폼 다변화, 해외진출 등 3대과제가 놓여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게임산업을 진정한 먹거리로 삼으려면 생각, 사람, 기업 모두가 바뀌어야하는데.

 ◇김영만=그래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게임사업을 한다면 ‘그게 무슨 사업이냐, 조폭들이나 것’이라고 까지 했다. 이제 우리도 30대 연령층이 즐기는 게임을 가질 정도로 기반이 쌓였다. 아직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지만 아버지가 바둑채널을 보는 거나 자녀가 게임채널에서 ‘스타크래프트’ 3종족의 전쟁을 즐기는거나 똑같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게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정점에 서있다.

 ◇박재석=사회 전반의 인식이 변화되면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우호적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수익률 5%를 맞추기도 허덕댄다. 해외수출은 겨우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정도다. 반면 게임은 고마진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작은 시장도 아니다. 국내 매출만으로 R&D비용, BEP 맞추면 수출분에 대한 이익률이 40∼50% 정도에 달할 정도로 고부가 산업이다. 이런 기회를 우리가 어떻게 잡고 이용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정무식=해외 사례를 보면, 게임이 치매환자·행동장애를 치유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러한 긍정적 측면이 부각이 안된다. 게임이 언뜻 가상체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콘텐츠이고 놀이다. 개발사나 개발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자극과 중독으로 몰아가려는 속성이 있는 것이다. 예컨대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시간제 장치, 귀속아이템 등 새로운 시스템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접속자가 줄어들고, 아이템 구매 욕구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그런 게임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자신감과 노력이 중요하다.

 ◇우종식=게임은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경계선에 서있는 놀이문화다. 기성세대의 시각에 맞추려고 하다보니깐 역기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유달리 교육을 통해서 성공하길 원하는 상황에서 멀티형 인간이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다. 교육문제도 게임으로 풀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도구로 게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역기능에 관한 것은 기업, 정부, 나아가 소비자들의 인식까지 모두 바뀌어한다. 등급문제가 규제 도구로 활용되지만 선진국은 민간자율형으로 간다.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 사회 환원활동, 기부 문화 조성 등에 게임업계가 직접 나서야한다.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인 연구와 접근도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플랫폼 다변화는 양날의 칼과 같은 거다. 우리가 선도하고 만들어온 온라인게임에 대한 집중화 전략은 산업을 키우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세계의 주류시장은 여전히 콘솔게임이다.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김영만=시장이 있는 곳에 개발도 이뤄지고 영업도 따라간다. 모바일쪽은 플랫폼부터 세적으로 선도해가고 있다. 콘솔 쪽은 접근 자체가 힘들다. 콘솔게임으로 일본, 미국, 유럽의 트렌드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콘솔의 네트워크 기능이 완벽해지면, 강제하지 않아도 기업들은 온라인게임을 콘솔환경에서 실행할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그래서 온·오프라인 연동 플랫폼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연동 기술은 하드웨어가 중심이 아니라 연동된 다음에 콘텐츠 연동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그 중심 역할을 한국이 쥐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박재석=해외 투자자들과 게임 얘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마이크로소트(X박스360)나 소니 (PS3)와 제휴가 맺어져 있냐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성공해도 시장에 통할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플랫폼은 개발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시장의 요구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게임플랫폼의 확장과 그에 따른 전략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우리 게임산업 앞에 놓여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우종식=플랫폼 연동에 의한 신기종 게임이 나와야한다. 그 부문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게 우리의 온라인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온라인게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우리가 세계적인 콘솔·온라인 연동게임의 새 지형을 열 수 있다. 컨버전스의 큰 무대를 하루빨리 장악할 ‘그 무엇인가’에 우리 게임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사회=세계 게임시장은 이제 우리의 무대다. 게임산업이 앞으로 100년의 거목으로 커가려면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구도속에서 우리 게임산업의 글로벌화는 성장을 위한 숙명과도 같다.

 ◇우종식=한국에서도 일렉트로닉아츠(EA) 같은 세계적인 배급사가 나와줘야한다. 사람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도 학교도 교육기능을 강화해야한다. 고도의 기술도 필요하다. 컨버팅 차원을 넘어 문화를 이해하고, 접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만=온라인게임은 필요한 때 패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계화, 현지화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의 열쇠는 유저인터페이스(GUI)다. 현지인들이 사용하기에 편하도록 만들어 있질 않다. 가전 분야에서 삼성이 소니, 제너럴일렉트릭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도 디자인이다. GUI에 호감 갖도록 만들고, 편리하도록 만드는게 최선이다.

 ◇박재석=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초기에 비판적이었던 한게임의 일본 진출은 분명 가치 있는 도전이었고 현실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 레드오션에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역량을 강화해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지만 위기는 줄이고, 기회를 넓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오늘 좌담 내용이 정책이나 기업들의 전략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정리=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사진: 한국 게임산업 10주년 기획 결산 좌담회’가 21일 서울 대방동 한빛소프트 회의실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