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스트 +244]제2부:사례연구(17)진공청소기

지난 2003년 기준 전세계 주요 진공청소기 메이커들의 생산현황이다. 주요 기업별 시장 점유율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세계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당당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LG전자가 진공청소기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는 데 있어 현격한 공을 세운 ‘싸이킹’을 통해 그 진실을 파헤쳐 본다.

◇기술개발만이 살 길= 1901년 진공청소기가 처음 발명된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 100여개 업체들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중이다. 특히 1990년대부터 중국 업체들은 저가를 무기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업체들은 위협했다.

이런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LG전자는 2001년 ‘싸이킹’이라는 제품을 내놓으며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싸이킹의 성공 배경으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정관념을 깬 ‘먼지봉투’를 없앤 점이다. 싸이킹이 출시 당시부터 큰 방향을 불러 일으킨 요인으로 원심력과 먼지분리판을 이용해 빨아들인 먼지는 먼지통에 남기고 정화된 공기는 배출하도록 만들었다. 이미 국내 180여건, 해외 120여건 등 총 300여건에 달하는 특허를 획득한 이 기술로 사용자 만족도 78%, 필요도 93% 등 높은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다.

LG전자는 싸이킹 출시 이후에도 30개가 넘는 특별 프로젝트를 펼치기 위해 TDR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역시 세계 최초로 ‘단상 SR(Switched Reluctance) 모터’를 개발했다. 이 모터는 일반 모터의 수명을 좌우하는 브러시를 없애 청소기 수명을 3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원만 연결하면 음이온이 발생하는 음이온 기능 △항균 나노기술을 적용해 먼지통 내 각종 세균번식을 억제하는 기능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LG전자 리빙사업부장 송대현 상무는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지 않았다면 1위를 차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 제품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으며 점유율도 동시에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디자인도 주요= LG전자는 싸이킹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차별화 전략을 채택했다. 국가·지역별로 통할 수 있는 디자인은 따로 있다고 본 것이다. LG는 현지 디자인센터와 수시로 디자인 개발을 위한 생산시장전략(PMS) 활동을 펼쳤으며 이를 통해 △북미·라틴계 소비자에게는 화려한 색상 △유럽은 차분한 색상 △일본에는 컴팩트한 디자인을 각각 만들어 보급했다. 싸이킹은 디자인 전문기관으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유럽의 대표적인 디자인상인 ‘2005년 레드닷(Reddot)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케팅 활동도 두각= LG전자는 먼지봉투를 없앤 점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 ‘클린’ 그리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마케팅 활동의 주요 컨셉으로 펼쳤다.

클린 이미지를 심기 위한 대표적인 사업은 ‘클린 캠페인’. 2002년부터 고속도로·바닷가·등산로·스키장 등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서 실시했다. 지난 2004년에는 ‘히말라야 K2 클린 마운틴 원정대’ 후원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또 타사의 제품보다 가격이 높지만 제품은 그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전개했다. 이는 출시에 맞춰 대대적인 런칭 행사를 펼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LG전자 DA사업본부장 이영하 부사장은 “기존의 청소기 마케팅 활동에서 보기 힘들었던 프리미엄 마케팅 활동을 펼쳐 출시 시점부터 차별성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기고-결국 기술력이다

 이재근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청소는 전통적으로 주부들에게 가장 힘든 가사노동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1900년대 초 진공청소기가 발명된 이후, 수없이 많은 회사들과 연구 기관들이 청소기를 연구·개발하여 왔지만 백 여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그 기본적인 구조나 방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처럼 청소기의 기본 기술의 패러다임이 발전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데는 청소기에 대한 사람들의 제한적 시각에 그 원인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기를 그저 단순한 가전제품이라고 여기며 그 한계를 미리 인정해버렸고 청소기는 정부나 기업의 전폭적인 투자에서 늘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1년 LG전자가 청소기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기존 일반적인 먼지봉투 방식의 청소기에서 탈피해 먼지봉투 없이 원심력을 이용, 먼지와 공기를 분리해주는 ‘싸이클론(Cyclone)’ 방식을 적용한 싸이킹을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4년 동안의 산학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싸이킹은 신시장인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시장)’을 창출해냈고, 결과 LG전자는 2003년 이후 일반형 청소기 부분에서 글로벌 마켓쉐어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LG전자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기술을 적용한 시장 주도형 프리미엄 제품을 먼저 내놓음으로써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가치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있었다. LG전자가 싸이클론 방식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멀티 싸이클론 방식’의 신제품을 올해 선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때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이 극심한 시장(레드오션)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가치혁신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므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기술력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타업체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향후 지금의 청소기 사업의 성공을 이어나가기 위한 준비가 지금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정부는 장기적인 전망 하에 향후 청소기 사업의 중추가 될 원천기술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지적 재산권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철저한 사전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과 학계는 긴밀한 공조관계를 구축, 공동 프로젝트나 산학 등의 진행을 통해 실질적인 제품 적용이 가능한 기술개발에 힘써야겠다. 이를 통해 기업은 단기적인 가시적 성과 이외에 장기적으로는 학계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선행 R&D투자와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그 결실을 맺을 때, 세계 청소기 시장에 우뚝 선 우리 기업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jklee@pusan.ac.kr

◆LG전자 1위 수성 전략

 LG전자는 싸이킹을 영원한 ‘월드베스트’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고객에게 인정받는 세계 최초 그리고 세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게 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수립한 것이 △고객 가치혁신(Customer Value Innovation)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디자인 역량 강화 등 3대 전략이다.

이미 싸이킹이 그동안 월드베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들이기도 하다.

고객 가치혁신 전략은 싸이킹이 ‘청소기는 먼지봉투가 필요하다’는 100여년간 지속하여 온 고정관념을 깬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 자신도 잘 모르고 있던 근원적 요구사항을 파악해 만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냄으로써 고객요구 만족과 동시에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 ‘경쟁 없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속적인 R&D투자 역시 1위 고수를 위해서는 필수요건으로 보고 있다.

‘멀티 싸이클론’ 기술처럼 제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타사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경쟁자가 많은 기존방식의 사업은 중국 천진 생산기지로 이전하고 동시에 국내 창원공장의 R&D 인력확충 및 개발역량을 확보함으로써 핵심기술 지속 강화와 더불어 ‘싸이킹 멀티’ 및 차세대 청소기 중심의 고수익 프리미엄 청소기 생산전문공장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디자인 역량 강화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프리미엄 제품에는 기능으로 구현된 고객에게 주는 가치 외에도 ‘감성’이라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이 기대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미 각종 디자인 수상을 휩쓸었던 사례처럼 유럽 밀라노 디자인 센터 등을 포함 세계 각지의 디자인 인력확대 및 현지 디자인 역량을 제고시켜 고객이 구입한 제품에서 ‘자부심(Pride)’을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청소기를 만들어내는 데 전력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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