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메우는데 6개월" 패키지 SW업계 `구인난`

 구직난으로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화하고 있지만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업들은 우수한 프로그래머를 구하기 위해 구인 광고는 물론이고 헤드헌팅 업체에 의뢰하거나 대학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력 수급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개발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국산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를 구하지 못한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에 차질을 빚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인력난이 심화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는 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어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시장을 다국적 기업에 모두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현황=신제품 개발을 위해 올 초부터 그래픽 프로그램 개발자 채용에 나선 세중나모인터랙티브는 6개월간 수시 모집을 통해 100여명에 대한 전형을 실시했으나 실기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이들 10명에서도 적합자를 찾지 못해 결국 해외 개발자를 수소문해 채용했다.

 안철수연구소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1월부터 모바일 보안 분야 개발자를 모집중인 안철수연구소는 전문가 채용을 위해 헤드헌팅사를 통해 60명을 인터뷰했지만 결국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도정인 디오텍 사장은 “20명을 인터뷰하면 이중 1명 정도가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고급 개발자들은 삼성 등 대기업으로 뺏기고 나머지 인력 중 마땅한 사람 1명을 찾는데도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은 3D=이처럼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계가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는 것은 IT 분야 중 소위 3D 직종에 속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개발자는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와 운용체계 및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개발 경험자들이다. 이런 조건까지 아니더라도 C와 C++프로그램을 해본 경험자를 찾고 있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최종욱 마크애니 사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을 개발하는 아주 정교하고 깊은 공학적 지식이 아니라 엔진과 구동 장치를 연결하는 접속부 개발과 같은 중급 기술자들이 가장 필요하다”며 “그러나 인력 대부분은 C언어보다는 웹 관리, 웹 프로그래밍 등 상대적으로 쉬운 개발 분야에만 치우쳐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석 한글과컴퓨터 인사담당 실장은 “과거와 달리 프로그램 마니아가 급감하고 있으며 전문 IT교육기관 출신들은 실력이 떨어져 패키지 개발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을 이해하는 개발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전이 불투명하다=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공 기업이 없는 것도 관련 분야 인력을 찾기 힘든 이유다. 개발자들은 한글과컴퓨터나 안철수연구소가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표하고 있지만 엔씨소프트나 NHN 등 게임이나 대형 포털에 비해 장래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상배 세중나모인터랙티브 사장은 “프로그래머들은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 게임 기업이나 대형 포털의 웹 개발자를 선호하고 있다”며 “게임과 포털 기업들이 성과를 내는 동안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로 국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한 기업이 없는 것도 인력난을 가중시킨 원인”이라고 말했다.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해외나 학력을 타파한 인력 채용으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안철수연구소는 학력에 상관없이 재야의 보안 전문가 채용에 나섰으며 신제품 개발을 위해 6개월이 넘게 그래픽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찾던 세중나모인터랙티브는 결국 해외에서 인력을 구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중나모는 최근 슬로바키아 출신 엔지니어를 채용해 그래픽 제품 개발에 들어갔으며 올해 안에 5명 정도를 해외에서 확충할 계획이다.

 안티바이러스백신 개발사인 뉴테크웨이브는 북한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활용안을 제시하고 인력난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

 김재명 뉴테크웨이브 사장은 “최근 북한 조선콤퓨터쎈터(KCC)에 안티 바이러스 솔루션 3000 카피를 무상으로 공급하면서 북한 개발인력 활용을 조건으로 제시했다”며 “북한 인재를 뉴테크웨이브 중국 지사에 채용하거나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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