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
삼보컴퓨터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증권거래소 상장위원회의 첫 심의회의가 3일 열린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화의나 법정관리는 별도 절차 없이 즉시 퇴출이 이뤄지는 사안이지만 삼보가 법정관리 신청 이후 법원에 상장폐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데 이어 상장폐지에 관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안에 삼보의 상장폐지 여부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첫 회의에서 결론을 못 내더라도 다음주에는 거래소 시장에서 삼보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만약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삼보는 지난 89년 상장 이후 16년 만에 거래소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에서의 PC업계 수난은 삼보가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현대멀티캡에 이어 지난 4월 현주컴퓨터가 부도나면서 시장에서 전문 PC업체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도 PC업계를 보는 시선이 싸늘해진 지 오래다. 업종 자체도 포화상태일 뿐더러 이미 성장종목이 아니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약 삼보까지 폐지 결정이 난다면 앞으로 PC나 관련 업종으로 기업을 공개하기는 사실상 힘들지도 모른다.
단순히 PC업체 자체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컴퓨터는 정보기술(IT) 대표 품목이다. IT산업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벤처와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진해 있다. 크고 작은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PC와 관련된 사업을 주력 아이템으로 삼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 하나로 미래를 기약하며 지금 당장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어쩌면 이들에게 기업공개(IPO)는 지상 목표다. 인수합병이나 매각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인 국내 기업 정서상 IPO 자체가 성공을 뜻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분명 PC는 성숙된 시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컴퓨터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다가올수록 컴퓨터는 형태만 달라질 뿐 오히려 입지가 강화되는 추세다. 액면 그대로 책상 위에 있는 노트북과 데스크톱만 PC로 생각하면 오판이다. 날로 세분되고 진화하는 컴퓨터는 오히려 대기업보다는 벤처에 적당한 사업 아이템이다. 그만큼 시장 적응력이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 모두 삼보에 대한 심의가 미래를 준비하는 벤처의 의지를 꺾기보다는 이를 북돋워 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컴퓨터산업부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