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까. 속담이다. 상식선에서 보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날 리 없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일에 소문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는 일이 된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종의 자가발전도 있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그럴 개연성이 높다. 자신의 부음 기사만 제외하고는 어떤 내용이든지 언론에 나길 바라는 게 정치인의 속성이란다. 우스갯소리긴 하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거취에 관해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 말까지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서울시장 출마설을 공식 부인하면서 한 말이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자 이를 해명한 것이다. 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10∼15년 뒤 정보통신 분야에서 먹을거리를 찾으라는 임무를 받고 장관직을 맡게 됐고, 이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았지만 진 장관은 자신에 거취에 관해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출마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출마하겠다고 밝힌 적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발 없는 말이 천하를 돌며 국민을 헷갈리게 한 셈이다. 진 장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는 미지수다. 미래 일을 지금 확언할 수 없다. 본심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세월만이 진 장관 말의 진실성을 판정해 줄 것이다.

 진 장관이 누구인가. 그는 현 정부 최고의 스타 장관이다. 최장수 재임에다 과학기술이 경쟁력의 원천인 시대에 장관직을 맡아 기업마인드를 행정에 도입한 인물이다. 정통관료와 대비되는 튀는 언행으로 관가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팀제 도입도 진 장관이 행정부 중 가장 먼저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대기업 CEO 출신답게 똑똑하다. 게다가 승부욕도 대단하다.

 이해찬 총리가 사석에서 각료 중에서 골프 칠 때 제일 안 봐주는 사람이 진 장관이라고 말할 정도다. 어지간하면 적당히 봐주면서 총리와 골프를 칠 텐데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기업인 출신과 관료 출신의 차이라면 차이다.

 진 장관은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만 아니라 선출직 어떤 자리에도 출마할 수 있다. 능력있는 그가 못할 이유가 없다.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임기는 아직도 1년 가량 남아 있다. 여당에서도 서울시장을 노리는 중진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내부 경합이 치열하다. 서울시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고건씨는 만인 지상인 총리를 지내고도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그래서 그 길은 순탄치 않다. 예전같이 하향식도 아니다.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고 본선에서 이겨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선거철도 아니고 본인의 말대로라면 그럴 의사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이 나도는가. 한마디로 국가에 실익이 없는 일이다. 우선 국정수행에 도움이 안 된다. 당사자도 업무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다. 부내 통솔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데 귓전에 다른 소리가 들리면 그 쪽으로 고개가 돌아가기 마련이다. 조직에서도 장관의 거취에 촉각을 세울 것이다. 후임 장관이 거명될 정도다. 진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설 말고도 이런 저런 인사와 관련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리 정치권에는 이상한 풍토가 있다. 사람이 잘나고 똑똑하다 싶으면 차출해 가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에는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꼭 차출해야 한다면 또는 그 사람만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가기 전까지 현업에 충실하도록 놔둬야 한다. IT업계에 통신과 방송 융합 등 얼마나 할 일이 많은가. 비단 진 장관만이 아니다. 거듭 말한다. 누구든 일을 맡겼으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국민을 위한 일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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