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지휘망 구축 표류 원인

국가재난망 구축 지연은 관련기업과 관계기관의 이해관계의 산물이다. 관련기업과 관계기관이 이 같은 현실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해관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서 국가재난망 구축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특히 이 같은 이해관계 속에서 표면적으로 불거진 것이 이기종 시스템 간 연동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국가재난망 구축사업의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모토로라와 이 분야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노키아 등 신규업체들, 또 통합 재난망 운용의 주체를 놓고 벌이는 경찰청과 소방방재청 등 이해 당사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충분치 않아 야기된 것이란 주장이다.

 따라서 업계는 표면적으로는 이기종 교환국 접속과 관련된 국제 표준화가 안 됐기 때문이란 점과 내부적으로는 기업과 기관의 상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400억원 규모 시장 놓칠 수 없다=파이가 큰 만큼 시스템 공급업체 간 다툼이 치열하다. 그동안 독점 구도를 형성해온 모토로라와 후발주자들이 치열한 공급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와중에 불거진 것이 시스템 연동문제다.

 후발업체들은 특히 서울지방경찰청의 구매규격서 ‘4.1항’에 의거해 ‘장비 납품시 이기종 시스템에 접속하고 어느 업체든 단말기를 제작, 생산할 수 있도록 통신규약(프로토콜)을 무상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청은 이기종 접속과 관련해 아무런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통합망의 기본이 되는 경찰청 디지털TRS 사업과 이기종 시스템 연동을 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업체의 국가통합망 사업 참여가 불가능, 국가 기간통신망이 특정회사에 의해 기술·가격 모두 종속된다는 주장이다.

 ◇국가 기관 간 이기주의 걸림돌=경찰청과 방재청 간의 갈등은 실제 예산을 쓰는 곳과 운용을 맡는 곳 사이에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운영을 맡게 될 방재청과 기득권을 일부 포기해야 할 경찰청 간 이해 관계가 걸려 있다는 의미다. 즉, 경찰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통신망을 방재청에 거저 주는 것(?)도 억울한데 망 연동 문제 해결까지 적극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 관계자들은 예산과 힘에서 우위에 있는 경찰청과 신생기관인 소방방재청의 협조 여부가 국가재난망의 조기 구축여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적 의지 반영, 조속 추진해야=이 같은 점을 인식, 시장 조사와 기술 동향 조사를 위해 지난달 네덜란드와 핀란드를 방문했던 정부 기관 관계자들도 표준 기구인 테트라MOU 등에 표준화 마련 등을 요청했다. 또 늦어도 이달 안으로 시범사업 장비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평가제안서(RFP)를 발송하고 장비 발주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국가재난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려는 정부 기관의 강력한 의지다. 즉, 이기종 간 연동문제도 발주시 업체 간 연동을 계약서에 명시해 업체 간 협의를 끝내면 되고, 경찰청에 공급 기득권을 갖고 있는 모토로라 문제도 경찰청이 계약서에 명시된 프로토콜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하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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