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빌려쓰는 게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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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체인 클라란스는 이달 초 업무 효율을 위해 일부 직원의 노트북PC를 최고급 사양으로 일괄 교체했다. 컨설팅 업체 나인후르츠도 전문 마케팅 매니저 10명의 PC를 모두 최신 모델로 바꿨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 대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PC를 교체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리스(임대) 제도’를 통해 이를 손쉽게 해결했다.

 ‘IT 리스’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고 있다. 품목도 그동안 디지털 복사기 등 고가의 사무 장비 중심에서 최근에는 노트북·데스크톱 PC 등으로 급속하게 확산중이다. 이는 IT 제품의 기술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기업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리스 제도가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과 생산성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국HP는 지난해 11월 노트북과 데스크톱PC를 대상으로 ‘HP 리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작해 6개월 만에 매출 규모가 무려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서비스 첫 달인 11월 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2월 4억원, 3월 32억원에서 4월 4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HP 파이낸셜서비스 심재화 과장은 “기업 고객이 리스를 통해 IT 장비를 구매하면, 현금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투자 효율성을 높여 결국에는 실질 총소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작년 11월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PC 리스 ‘윈윈 프로그램’을 운용해 지난 3월까지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무기기 분야에서는 이미 ‘임대’가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리스를 통한 매출이 급증해 조만간 전체 회사 매출의 절반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 88년 임대 사업을 시작한 신도리코는 전체 매출에서 임대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04년 상반기에 30%, 하반기에 35%, 올 상반기에 40%로 지난 2004년 이후 반기마다 5%씩 증가했다.

 이 회사 김성웅 실장은 “임대 제도를 통해 항상 새 기계로 재계약을 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기계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더욱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롯데캐논의 장비 임대 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캐논은 지난해 1900여대에 불과하던 임대 장비 관리 대수가 올해 들어 2400여대로 늘어났다.

 롯데캐논 측은 “이미 대기업은 거의 렌털로 복사기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며 “이에 따라 주요 업체들이 신규 시장의 개척보다는 적극적 영업을 통해 경쟁사의 고객사를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캐논은 사용 매수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고 드럼·토너·부품·기술료는 무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밖에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리스 장비의 성장률이 80% 정도, 영업 건수 면에서도 211% 가량 성장했다. 후지제록스는 초기 구입비 부담으로 인해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에 대해 분할 방식을 제안하고 임대 판매 사원에 대한 사내 포상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등 임대 시장 확대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