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이웃집 할아버지, 형, 누나 같은 자원봉사 해설원들에게 모인다. 해설원들은 ‘과연 과학기술이 나에게 있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관람객 개개인에게 찾아주려 노력한다. 말로 충분치 않다면 실험을 통해 관람객들이 만지고 느끼면서 해답을 얻도록 도와준다.
일본이 자랑하는 ‘미라이칸(과학미래관)’의 모습이다. 세계 선진 과학관들이 만지고 느끼면서 배우는 이벤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역사와 과학적 창조물을 보여주기만 하던 데서 벗어나 첨단 디자인을 채택한 공간(과학관)에 ‘과학 놀이터’가 되고 있는 것.
우리나라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과학 놀이터가 부족한 상태다. 넓은 대지, 번듯한 건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놀잇감(전시·체험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
다행스럽게도 정치인, 공무원, 과학기술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우리 과학관의 현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과학관 관련 예산증액과 같은 큰 일로부터 효율적인 전시소프트웨어를 발굴하기 위한 작은 노력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유승희 의원(열린우리당)은 “접근성이 좋고 즐길 수 있는 과학관, 즉 국민 생활공간 속으로 과학관을 밀어넣어야 한다”며 “국가가 장기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과학관을 육성하지 못했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시각이다. 국·공·사립 과학관들이 개별적,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운영되면서 △과학관 수 △전시·체험 소프트웨어 △전문성(인력) 등이 부족한 ‘3대 빈곤’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 이 같은 현상들을 타개하기 위한 혁신노력이 사회 각계에서 다양하게 시도됨에 따라 ‘과학으로 더욱 푸른 5월’이 기대하게 한다.
◇전시 소프트웨어 혁신=우선 “잘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전통 과학기술과 우리나라 자연사를 보여줄 자료를 수집·보관·관리·전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자는 것. 국립중앙박물관 자연사연구관이 100만점 상당의 자연사 관련 자료를 하나의 정보체계(NARIS)로 묶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자연사 관련 정보네트워크가 구축돼 관람객들에게 더욱 알찬 조류·어류·화석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관을 ‘호기심 충족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과학관을 중심으로 모여 눈을 마주치고 함께 실험하는 소프트웨어를 마련하는 것. 특히 과학문화도시, 생활과학교실 등이 활성화하면서 우리의 과학문화가 ‘전시관 둘러보기’에서 ‘함께 체험하기’로 바뀌는 추세다.
◇전문성 강화=거의 모든 과학관은 관람객 호응과 관심도가 높은 탐구·체험형 전시 소프트웨어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예산부족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국립중앙과학관조차 5년 주기로 전시물을 교체하기에도 벅찬 게 현실이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기존 전시 소프트웨어를 유지·관리하기도 어렵다. 사실 고장이 난 전시물을 자체적으로 보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이 드물 정도인게 현실이다. 실제 시·도 과학교육원에는 연구·기능직 전문인력들이 확보되어 있으나, 어린이회관을 비롯한 사립 과학관들의 상황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LG사이언스홀과 같은 사립 과학관은 1500여 평방미터에 불과하지만 대형 국·공립 과학관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배울 게 많은 곳”이라며 “무엇보다 전문인력에 의한 관리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과학관 기능이 없었던 광주중외공원과학관이 과학관 등록을 통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열악한 전시환경에도 불구하고 연구사와 파견 교사를 활용해 실습교실을 운영하는 부산어린이회관 등의 노력이 우리나라 과학관 문화혁신의 씨앗”이라고 강조한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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