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죽령 터널과 벤처의 희망

얼마 전 업무를 보기 위해 차를 몰고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까지 다녀 온 적이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했으나, 중앙고속도로를 선택한 것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앙고속도로는 험준한 산맥을 관통하는 난공사 끝에 만든 도로로 17개의 터널과 많은 교량이 있어서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그러나 초보운전자를 심리적으로 다소 불안하게 만든다. 원주에서 약 1시간쯤 내려가니 죽령터널이 나타나 고속도로의 여느 터널처럼 무심코 라이트를 켜고 진입했는데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터널이 생각보다 길고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어리석었지만, ‘터널을 빠져 나오기 전에 사고라도 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난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터널에 대한 나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되었던 것 같다. 한참을 달린 후 저 멀리 터널 끝의 신호인 희미한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죽령터널은 그 길이가 4.6km로 우리나라 고속도로 터널 중 가장 긴 터널이었다.

 죽령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문득 IMF 금융위기 때 벤처회사를 만들어 지금과 같이 안정시키기까지 겪었던 지난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분명 창업시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지점을 향해 최선을 다해 꾸준히 가다 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숱한 어려움을 겪는 동안 목표지점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 수시로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고, 그 때마다 중도포기를 생각했었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휴대폰 부품업계도 지금 죽령터널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다. 지속적인 부품단가 하락과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 국내 휴대폰 수요 정체 등 주변에 온통 악재만 있고 앞으로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무거운 숙제들로 둘러싸여 있는 듯해 많은 업계 종사자의 미래가 어둡게 여겨진다.

 그러나 기업들이 걱정만 한다면 초조함과 불안감의 지속으로 영원히 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잊지 않고 해야 할 일은 미래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며, 우리에게 미래의 준비는 곧 최고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경영자와 종업원이 단결해 끊임없는 창조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시장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외 통신시장의 미래가 어떠한 형태로 변하든지 그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그 발전의 한계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꿈의 한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에는 무한한 시장과 희망이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 몇 년간 어려운 시기를 경험한 우리나라 벤처산업은 많은 창업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 많은 벤처기업과 벤처인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콩나물에 듬뿍 준 물이 밑으로 다 새 나가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콩나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계속 자라난다.

 이처럼 그동안 벤처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위험 관리능력과 경영의 효율성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한국 벤처산업의 기초체력은 과거보다 많이 튼튼해졌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벤처부흥을 위해 다방면으로 지원한다고 하니 가까운 시기에 제2의 벤처부흥의 시기가 올 것이고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임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도전과 창의가 바탕이 되는 벤처정신이 우리나라 국민이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정신적 근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주역’의 ‘계사전’에 등장하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지속된다)’라는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이제 곧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달려보자.

◆유병훈 EMW안테나 대표 ryu@emwanten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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