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휴대인터넷)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것은 단순히 개별 통신사업자의 경영전략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선정한 기간통신사업자가 불과 3개월도 채 안돼 통신서비스 사업권을 스스로 철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것도 서비스 일정이 제시되고 장비 개발까지 마무리된 시점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앞으로 통신서비스 정책 추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휴대인터넷 사업자를 3곳으로 선정해 유효경쟁 정책의 표본을 보이려 했던 정부의 의도가 퇴색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또 휴대인터넷은 단순한 차세대 통신서비스가 아니라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IT839전략의 핵심 서비스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추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물론 하나로텔레콤이 어렵게 따낸 휴대인터넷 사업을 포기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사안이 고려됐을 것이다. 발표대로 연평균 성장률이 5% 미만으로 예상되는 초고속 인터넷시장의 성장 둔화와 파워콤의 가세로 인한 사업 환경 악화에 따라 주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또 신규 통신서비스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자금 문제도 고려됐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고 있는 차세대 통신서비스로 인한 불투명한 시장 전망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이 오히려 더 설득력을 있다.
휴대인터넷은 무선랜과 휴대폰 무선인터넷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통신서비스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이동통신시장에서 CDMA 방식에 이어 최대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올 황금어장으로 꼽혔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휴대인터넷 기술을 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초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등 3.5세대 이동통신기술 개발이 본격화하고 예상보다 빨리 상용화가 가능해지면서 휴대인터넷의 장점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이면서 휴대인터넷 사업자이기도 한 SK텔레콤이 휴대인터넷 사업을 ‘보완재’로 보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은 작년부터 전개돼 왔던 것이지만 이번에 하나로의 사업권 포기로 인해 또다시 휴대인터넷 시장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하나로텔레콤의 사업권 철회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차세대 통신서비스에 대한 비전을 정부가 이른 시일 내 재검토해야 한다. 휴대인터넷이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돼 있고, 또 자체기술 개발을 완료할 정도로 의욕을 갖고 추진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해소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확보한 휴대인터넷 시스템이 이른 시일 내 상용화할 때 세계 휴대인터넷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기존 CDMA 휴대폰이 잘 보여준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휴대인터넷 사업이 침체된 통신시장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기회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서비스의 조기 정착 및 활성화가 불투명한 위협요인이 함께 존재한다. 특히 휴대인터넷은 엄청난 투자가 요구되는만큼 남은 두 사업자가 혼란 없이 일정에 맞춰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과 정책적 고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사업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신서비스사업권자의 중도 포기에 따른 제재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신사업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충가능성이 있는 차세대 통신서비스 기술을 한꺼번에 도입해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정부의 정책도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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