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몸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집 밖에조차 마음대로 다닐 수 없던 그 소년에게는 아주 소박한 꿈이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보고 싶고, 가게에서 물건도 사보고 싶었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기업의 CEO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 소년의 소박한 꿈조차 이루어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매일 찢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이제 그 소년의 꿈이 이루어집니다. 인터넷을 통해 그 소년은 세계로 나가는 길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도 사고 심지어 경매에도 참여합니다. 주민등록증도 발급받을 수 있고 인터넷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면 집으로 배달이 옵니다. 더 큰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경매사이트에 사이버몰을 개업하고 당당히 기업의 CEO가 되었습니다.
전자정부의 일을 하기 시작한 지 만 2년이 되면서 처음 가졌던 나의 전자정부 비전을 되새겨본다. 물론 일하는 방식의 혁신, 대국민 서비스의 혁신, 정보자원관리의 혁신이라는 세 가지 명제를 기반으로 전자정부가 구축되기는 하지만 내 나름의 꿈은 우리나라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전자정부를 통해 열린 정부를 구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민원서비스를 개선하고 행정정보를 공유하며, 정부 시스템을 통합하는 등의 대단위 과제를 수행해왔다. 또한 기업들이 편리하게 정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투명한 행정 절차와 국민의 행정 참여를 통해 신뢰받는 정부의 기초를 닦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아직도 완전한 전자정부를 구현하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매일매일 작은 발걸음을 떼어 놓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미숙하긴 해도 부분적으로 전자정부의 모습들이 갖추어져 가고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서비스도 상당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OECD 등 신뢰받는 국제기구들이 그렇게 평가하기도 하지만 많은 나라가 우리 전자정부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것을 보면 상상해온 전자정부가 구축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정작 이슈가 되는 것은 얼마나 많은 국민이 전자정부의 서비스를 피부로 느끼고 만족해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행정정보의 전산화를 통해 한번의 방문으로 거주이전 신고를 마칠 수 있는 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지만 전자정부 서비스로 감동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더욱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서비스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의 노력을 배가함으로써 나타나고, 그 결과 그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도 전자정부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대국민 서비스는 아무리 잘해도 손해라는 케케묵은 논리는 사라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즐거움으로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전자정부를 통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이제 마지막 공은 전자정부를 사용하는 국민에게 있다. 좀더 적극적인 전자정부 서비스 활용과 비판, 애정의 채찍질을 통해 더 나은 전자정부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국민이 스스로 참여하면서 만들어가는 전자정부가 진정한 정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사무소나 구청은 단순히 모이는 장소가 되고 모든 서비스는 전자정부를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5만년 역사 속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IT 환경과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는 정부의 의지를 함께 갖고 있다. 이제 국민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전자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머지않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부의 서비스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소년에게까지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tmchung@ec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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