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꾸리기는 물론 회사 경영까지도 함께.’
부부가 함께 ‘경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확대되면서 남편이 CEO를 맡고, 아내가 보좌 업무를 담당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지방도 마찬가지. 남편과 아내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례를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정확히 얘기하면, 부부가 함께 경영하는 사례라고 해야 맞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바뀌어 아내가 CEO를, 남편이 보좌역을 맡는 기업도 눈에 띤다.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뒤를 따르는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사전적 의미와 180도 다른 ‘남필종부(男必從婦)’의 사례도 적잖이 볼 수 있을 정도다. 대구에 있는 모니터형 전자칠판 솔루션 업체 모든넷의 신순희 사장과 이종열 상무도 ‘역 부창부수’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모든넷은 현재 전자칠판 사업과 함께 신규사업으로 e-러닝솔루션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올해 약 6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업체.
직원 50여명을 거느리고 있는 신순희 사장(42)은 자사 제품인 전자칠판 펜슬론 플러스에 대한 마케팅과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금오공대 전자과 출신인 이 상무는 전자칠판과 e러닝 등 멀티미디어사업의 HW분야 기술을 총괄 책임지고있다. 신 사장은 마케팅과 경영을, 남편인 이 상무는 기술 및 제품개발이라는 각자의 역할에 힘쓰고 있다.
신 사장은 “회사 일에 대해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직원”이라며 “집안일 까지도 똑같이 세세하게 도와주는 남편이 고맙다”고 말한다.
대구에서 멀티미디어 웹사이트 구축 및 전자태그(RFID) 솔루션을 개발중인 인트모아도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분담에 있어서 모든넷과 닮은 꼴이다. 김명화 사장(37)은 회사경영과 마케팅을, 경북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남편 도기일 기업부설연구소장(40)은 RFID 등 신규사업의 기술개발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기술분야를 맡고 있는 남편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누구보다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의견이 맞지 않을 때에도 대체로 따라주고 일단 결정된 사안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다”고 남편을 칭찬(?)했다.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이들 두 부부가 경영하고 있는 인트모아는 현재 경북도의 낙동강 사랑 프로젝트와 대구지방노동청의 우량사업장 정보망구축사업을 추진중이며 향후 RFID분야 사업에도 진출, 올해 약 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밖에 부산의 게임업체인 메가폴리엔터테인먼트도 남필종부형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결혼한 김소연 사장(32)과 최덕표 부사장(33)은 회사를 가정만큼 아기자기하게 이끌어가는 것으로 평판이 자자하다. 주위에서조차 “러브·쿠키숍 등 메가폴리의 대표적인 게임에 가정사가 반영되는 것 같다”며 시샘하는 정도.
대덕밸리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업체인 인크루넷(대표 안상복)은 소문난 잉꼬부부가 경영하는 전형적인 IT 기업이다.
CEO인 안상복 사장(54) 곁에서 마케팅과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양명희 기획관리실장(47)은 상대방에게 늘 듬직한 친구 같은 존재다.
수자원공사 전산실 출신인 안 사장이 특유의 기술 개발 노하우와 경영 방식으로 회사를 이끈다면, 부인인 양 실장은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움과 치밀한 기획력으로 든든한 참모 역할을 해 내고 있다.
원리원칙을 중히 여기는 안 사장이 간혹 직원들과 마찰이라도 있을 때에는 부인이 조정자로 나서 조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곤 한다. 특히 기업간 거래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아는 부부인만큼 협력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부부의 ‘일심동체’덕에 회사도 그동안의 어려움을 딛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그룹웨어인 ‘오피스 파트너’를 개발해 생명공학연구원 등 일부 연구소에 납품해 호응을 얻은데 이어 올해는 삼성SDS 등에서 진행하는 지역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부부의 희망이라면 지금껏 ‘초심’을 잃지 않고 유지해 온 성실성과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이 인정하는 동종 분야의 최고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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