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코리아]`SW=공짜` 편견부터 깨자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가가치나 고용효과 측면에서 제조업에 뒤떨어지지 않지만 그동안 등한시돼 왔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도 올해를 국내 ‘SW산업 도약 원년’으로 삼고 정책적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 SW업계는 “국산 SW 육성을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지 않으면 정부의 노력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공언한다.

 정부의 SW 제값 받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SW=공짜’라는 인식이나 SW를 시스템통합(SI)의 하도급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내 SW업체들도 기술 개발보다는 용역을 받아 인건비 따먹는 장사를 하려는 경향이 짙다.

 또 SW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같은 선결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국내 SW산업을 국가 대표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는 것이 SW업계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국산 SW 제값받기 확산해야=정통부는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형태근 정보통신정책국장, 우정사업본부, 정부통합전산센터추진단 등 정통부 관계자 및 한국전산원 등 5개 산하기관, SW업계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SW 제값주기’ 선언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SW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이번 선언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최소한 ‘SW=공짜’라는 인식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국내 SW업체들은 주로 SI 업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무료로 SW를 공급해 왔다. 그 결과 관공서는 물론이고 민간 기업들조차도 SW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국산 SW는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과거 몇몇 공공기관이 애국심의 발로에서 국산 SW를 도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면서 국산 SW를 외면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외국계 SW업체에서 근무하다 창업한 국내 SW업체 한 최고경영자(CEO)는 “국내 SW업체로는 거의 유일한 아이템인 데도 공공 프로젝트 발주시 입찰 참여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며 “국산 SW는 싸구려라는 뼈 속 깊이 박힌 편견 때문에 창업 초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은 “국내 중소 SW업계가 기술에 투자해 제대로 된 SW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 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SW를 개발해 팔아 봐야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할 만한 제도 개선이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SW 하도급 제도 개선해야=하도급도 문제다. SW 특성상 계약시 수주·발주 업체 간 명확한 합의가 어려운 데다 해석의 차이가 커 분쟁의 소지 또한 크다. SW업계가 프로젝트 발주시 SI와 SW를 분리 발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난 2003년 국계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보과학기술 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창출 사업 중 SW사업 등을 지식기반 사업으로 선정, 분류하고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기준’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효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해 1∼3분기 정부 및 공공기관 SW사업 846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3%(324건)만이 협상 기준을 적용했을 뿐 나머지는 최저가 낙찰제 등 가격 위주의 기존 방식을 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SW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서조차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이에 대해 “SW사업 관련 정부 계약시 ‘기술용역 계약 일반조건’을 적용하고 있지만, 별도의 표준 계약서 부재로 중소 SW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SW사업의 표준계약서 제정과 보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인력 양성·해외 진출 지원도 절실=국내 SW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한 문제다. 현재 국내 SW업계는 우수 인력 부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SW산업이 뒤처지다 보니 대학생들이 SW 분야를 기피하고, 기업들도 투자 여력이 없다 보니 우수 인력 유치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국가 차원에서 서둘러 산·학·연 공동으로 SW 분야의 우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업체들을 쫓아가기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해외 진출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바로 옆에 세계 최대 SW 시장으로 급부상중인 중국이 있고,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도 있다. 최근 한·중·일 아시아 3개국 ERP 업체들이 중국 베이징에 모여 ‘1회 아시아ERP 포럼’을 열었는데, 한국 솔루션이 기술적으로 가장 우위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김용필 한국ERP협의회장은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인도를 제외하곤 가장 실력있는 국가”라며 “국가 차원의 SW 수출 지원 로드맵을 만들어 해외 진출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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