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2부)도약의 씨앗들⑨PLC용 반도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PLC 응용분야 개념도

 전력선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전혀 근거없는 얘기도 아니다.

계량기에 반도체 칩을 내장해 실시간으로 전력요금을 부과하고, 정전시간을 현행 19분에서 50% 단축시킬 수 있다. 굳이 전화망이나 ADSL 없이도 전원 플러그만 꽂으면 전화를 걸고, 인터넷에도 접속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가정내 가전제품 및 기기들을 전력선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가 하면, 원거리에서 휴대폰으로 CCTV 화면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독일,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들로 그 핵심에 작은 칩, 반도체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력선통신(PLC: Power Line Communication)이란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선을 활용해서 고주파(9㎑∼30㎒) 대역에 데이터를 실어 전송하는 통신기술로 전송속도에 따라 저속과 중속, 고속으로 구분된다. 저속(60bps∼수백bps)과 중속(2.4Kbps∼19.2Kbps)은 홈네트워크 제어용으로, 고속(1Mbps 이상)은 이보다 지능화된 홈네트워크 시스템이나 초고속 인터넷 접속망, 댁내 멀티미디어 백본망, 산업자동화 등 말 그대로 전력선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활용 가능하다. 특히 최근에는 전력량계(원격검침), 변압기, 배전 자동화, 배전기기 진단 및 감시, 수요관리 등 전력 IT와도 연계해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PLC는 앞으로 다가올 유비쿼터스 환경과 가전시장, 전력 IT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통신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 홍콩, 말레이시아 등 세계 유수 국가의 전력회사들이 직간접적으로 PLC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다.

국내에서도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전력 IT를 통해 미래 전력산업을 변화시키기 위한 여러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력과 함께 PLC 코어인 칩셋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젤라인과 플레넷이 단연 선두다. 젤라인은 1Mbps 이상 고속에, 플레넷은 360bps와 9.6Kbps 저·중속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각각의 핵심역량은 구별된다.

젤라인은 지난 1999년 기인텔레콤에서 출발한 이후 산업자원부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19Kbps PLC 반도체부터 24Mbps 고속 PLC 반도체에 이르는 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올 6월에는 200Mbps 초고속 PLC칩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전방위적으로 탄력을 얻을 전망이다.

특히 젤라인이 개발한 PLC반도체는 PHY에서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보내기 때문에 안전한 데이터 전송이 강점으로 통한다. 스마트라우팅 기능을 통해 거리와 구성에 제약없이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고 ARM9 프로세서가 내장돼 있어 펌웨어 교체만으로 여러 통신 프로토콜을 지원할 수 있다. 특히 대전, 대구 1500가구에 시범적으로 구축중인 24Mbps는 강력한 변조방식 및 에러정정방식(EMS)을 통해 통신성능이나 데이터 전송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력선 네트워크 카메라, 전력선전화, 전력선 신용카드조회 단말장치, 전력선통신 전력량계 등이 24Mbps 칩세트를 기반으로 나와있는 것도 젤라인의 든든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세계적인 경쟁사인 미국 인텔론이나 스페인의 DS2는 가격적으로 저렴한 반면, 댁내 PC 홈네트워크를 제외하고는 응용분야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레넷이 자체 개발한 360bps 칩세트는 홈네트워크 단순 제어용으로 지금까지 국내에만 1만세대에 도입됐다. 2008년까지 10만가구에 도입될 예정이며,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도 수출에 물꼬가 트이고 있다. 플레넷은 올해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세계 2개국에 플레넷 INT와 같은 ‘플레넷 그룹’을 설립, 자사 PLC칩셋 시장 확대에 전력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X10, 애슐론 등이 저속 PLC칩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틈바구니에서 가격적·품질적인 우수성을 앞세워 분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현재 플레넷은 CSMA/CDCA 등 여러 분야에서 특허를 등록, 출원중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프로세싱 시대로 넘어오면서 한국이 통신강국으로 우뚝선 저력이 있듯, PLC 반도체 칩 시장에서도 우리 경쟁력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전문기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제 막 초기 걸음마단계인 PLC칩 시장에서 한국이 세계 표준을 쥐락펴락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얘기다. “계량기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것과 궤를 같이해서 PLC 반도체는 우리에게 ‘기회의 산’이 될 수 있다”는 한 전문가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뷰-이기원 젤라인 사장

“젤라인이 전력선통신 관련 사업에 발을 담근 지도 벌써 6년입니다. 이제는 기술로나 다양한 현장경험으로나 세계 유수 회사들과 겨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1999년 기인텔레콤에서 출발한 이래 PLC칩의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젤라인 이기원 사장. 오랜 기간의 노하우와 뛰어난 기술로 PLC칩의 세계 표준을 주도할 것이라며 자신감이 대단하다.

젤라인은 산자부 중기거점과제인 ‘고속전력선가입자망개발’사업과 산자부 ‘전력산업기반조성사업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에도 참여하며 국내 전력 IT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회사로 저속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 6월 200Mbps 초고속 PLC 반도체가 출시되면 젤라인의 운신의 폭은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스페인의 DS2가 200Mbps 초고속 PLC칩을 시제품으로 내놓은 상태여서 상용화로 치자면 젤라인이 ‘세계 최초’ 반열에 올라서는 것이다.

200Mbps급이면 홈네트워크는 기본이고, 초고속 인터넷망, AV시스템,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어느 분야이건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속도다. 현재 인터넷 접속망으로 사용되는 ADSL과 VDSL이 각각 8Mbps, 50Mbps 수준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들을 대체할 가능성도 높다. 무선랜이나 와이파이와 비교해서도 속도가 높을 뿐 아니라, 벽과 같은 장애물에도 제약이 없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인터넷 접속망만 놓고 보면 PLC가 후발주자이지만, 네트워크 품질에 전혀 손색이 없기 때문에 승산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한국은 초고속망이 워낙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려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PLC는 워낙 고난이 기술을 요하는 분야여서 개발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 바로 앞에 고지가 다가왔다”며 “지난 몇 년간의 고생이 이제는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특히 고속 PLC반도체 칩 시장은 이제 막 시작이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직 세계적인 표준도 없다. 말 그대로 젤라인의 가능성은 어디에나 열려있는 것이다.

◆PLC 응용분야

 PLC 반도체의 활용분야는 무한하다.

가정에서는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보안, 에너지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으며 통신과 관련해서는 인터넷 가입자망 장비, 전력선 전화, 네트워크 장비, 부가통신 서비스 장비 등에 활용 가능하다. 산업자동화 부문에서도 빌딩자동화(BAS/IBS), 공장자동화, 네트워크 카메라, 센서 네트워크에 이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력선 인터넷은 저압/고압 전력선을 이용해서 고속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으로 댁내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하면 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전력선 전화는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전화 보급률이 낮은 편임을 감안할 때,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외 전력 IT와 관련해서는 배전자동화가 대표적이다. 이는 배전선(22.9kV)의 배전 스위치를 감시 및 제어하고, 전압과 전류를 감시·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원격 제어시스템으로 오류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오류가 발생한 지점을 원격에서 제어하게 된다. 비용면에서도 배전설비 유지보수비용의 10∼20%를 줄일 수 있다.

사진: 전력선통신(PLC) 반도체는 가정의 홈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기반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은 가전제품이나 기기 제어를 위해 저속 PLC칩이 많이 적용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고속 PLC칩을 활용해 AV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의 다양한 서비스에도 응용될 전망이다. 사진은 아파트 입주자가 홈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모습.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