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분야의 이른바 VIP(Very Important Person)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의사들의 경우가 그렇다. VIP증후군이란 쉽게 말해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서 특별히 잘 챙겨야 할 VIP 환자일수록 오히려 수술이나 치료 결과가 잘못되는 징크스’ 같은 것이다.
그동안 멀쩡히 잘만 해온 수술인 데도 뭔가 잘못해 후유증을 남기거나 평소보다 오히려 결과가 나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신비한 현상이 개입된 것도 아니다. 의사도 사람인 이상 심리적인 압박감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예컨대 ‘높은 분’에 대한 수술은 그 직위에 합당한 ‘예우’를 차리다가 오히려 잘못되는 수가 있다. 한창 손에 물오른 젊은 교수 대신 이름난 중진교수가 나서지만 수술감각이나 판단은 한창 환자를 많이 보는 젊은 교수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느 의사는 자기 아버지의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집도할 의사의 수술실을 맴돌았다. 앞서 다른 환자들을 수술할 때 제대로 하는지 계속 지켜보았지만 정작 자기 아버지의 차례에선 수술실 밖으로 나와 버렸다고 한다. “괜히 집도의가 나에게 신경 쓰다가 수술이 잘못 될까봐서”였다고 한다.
어제 대덕R&D특구 선포식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KAIST의 쌍둥이 로봇인 휴보도 이날 대통령 치사에 이은 축하 퍼포먼스에 참석하려다가 동생 후보가 객석으로 전진하려고 하자 연구원이 이를 제지하다 넘어지는 실수가 나왔다.
초창기의 소니도 처음 녹음기를 개발해 막상 시연회를 하려고 하자 녹음기가 작동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감정이 없는 로봇이나 전자 제품조차 VIP 앞에서는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것일까.
이재구·경제과학부장@전자신문,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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