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컴퓨팅업체 구조조정 찬바람

다국적 컴퓨팅업체의 한국지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위축으로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들 중심으로 인력 감축을 포함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 본사 차원의 인수합병(M&A),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국내 외국계 컴퓨팅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HP, 한국후지쯔, 한국오라클 등 간판급 외국계 컴퓨팅 업체들이 한꺼번에 구조조정에 나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컴퓨팅업체들의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최대 500여명이 인력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부진이 결정타=일본 컴퓨터 기업의 대명사인 후지쯔의 한국 지사는 최근 명예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해 전체 인원의 10분의 1이 넘는 60여명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또 대표이사를 교체해 내달 1일 윤재철 현 사장을 대신해 김병원 상무와 박형규 상무가 공동 대표를 맡는다.

 한국후지쯔 관계자는 “단순한 인원 감축이 아니라 업무의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며 “공동대표 체제도 회사의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동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1위 업체인 한국오라클도 최근 핵심 조직이었던 컨설팅사업부를 축소하고, 영업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이 50명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전사자원관리(ERP) 시장에서 컨설팅 업체들이 약진한데다, 대형 ERP 프로젝트를 놓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했지만, 이번에는 지사 차원에서 별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해, 국내 상황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구조조정은 진행형=국내 최대 컴퓨팅 업체인 한국HP도 회계연도상 하반기를 시작하는 5월 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칼리 피오리나를 대신할 본사 CEO가 결정돼 조직변경이 불가피한 데다, 내부적으로 업무 프로세스상 인원 감축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HP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에 관한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면서도 “5월 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간 M&A도 변수다. 통상적으로 2개의 업체가 하나로 통합되면 인원 감축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본사간 합병으로 한국EMC가 최근 레가토코리아 조직을 흡수하자 업계에서는 “한국EMC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국EMC는 이 같은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올해 사업 강화를 위해 추가로 인력을 충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전격적인 M&A 발표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만텍의 베리타스 합병 결정으로, 국내 지사 간 통합도 관심거리다.

 ◇최대 500명 쏟아질 듯=이 같은 대형 컴퓨팅 업체들의 구조조정은 컴퓨팅 인력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상반기에만 300∼500명의 인력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올 전망이지만, 현재 외국계 업체들의 여건상 이들 인력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사이베이스 등 일부 외국계 업체와 국내 솔루션 업체들이 이들 인력을 일부 흡수하겠지만 소수에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국계 컴퓨팅 업체 출신 인력 스카우트에 적극적인 국내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외국계 기업 출신을 선호하지만, 연봉 등 서로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올해 경기 전망이 밝아 인원 확충이 예상되지만, 경력보다는 신입사원 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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