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궁극적으로 흩어진 게임인들을 하나로 결집시킨다는 명분아래 작년 4월 출범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김범수 회장이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면서 ‘선거모드’로 전환됐다. 김 회장이 작년말 NHN 해외부문 대표로 보직이 변경된 이후 해외 출장이 잦아져 더 이상 협회를 끌고가기 어렵다며 ‘중도 하차’를 요구한 때문이다.
협회는 이에따라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출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후 사정을 볼때 김 회장의 의사를 번복하기 힘들 것 같다”면서 “업계 통합을 모토로 의욕적으로 출범한 게임협회가 1년도 채 안돼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협회를 이끌어갈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통합협회의 위상과 상징성을 감안할 때 차기 회장 역시 게임업계를 대변할만한 메이저업체 대표 중 한 사람이 맡는게 바람직하지만, 저마다 사정이 그리 녹록지 않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의 경우 사실상 국내 게임업계의 톱 리더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본인이 강력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김범수 현 회장보다 외유(?)가 더 많을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 등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더구나 협회 출범 당시 회장 후보로 강력 추대됐으나 끝내 고사했던 전례를 보아 이번에도 쉽게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 CJ인터넷, 그라비티 등 다른 기업 대표들도 사정이 있다. 넥슨의 경우 전문 경영인인 서원일 대표가 20대로서 협회를 이끌어가기엔 경륜이 부족하다는 평이며, CJ는 방준혁 사장이 대외 업무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이며, 최근에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그라비티 김정률 회장은 명분이 약한 케이스다. 김 회장은 협회 출범 당시 업계 통합을 위해 모든 걸 후배들에게 양보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기 때문.
그래서일까. 최근 협회 이사진 사이에선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이 ‘대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김 사장 역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관련 단체를 이끌어본 경험이 풍부하고, 연륜이나 여러면에서 ‘포스트 김범수’의 대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그 자신은 최근 e스포츠협회 회장직을 내놓고 앞으론 본업(?)에 충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이사진 중 모업체 대표가 협회장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나, 기업 규모가 작고 협회를 이끌어가기엔 다소 역량이 모자란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7일 협회 이사회는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 한 관자는 “메이저업체 사장들 중엔 선뜻 회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러다간 전경련처럼 이사진 중 최고 연장자를 뽑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누구도 협회를 맡겠다는 사람이 없다면 김범수회장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작년 4월 게임 단체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업계 대표 사업자단체를 표방하며 공식 출범한 ‘게임협회호’가 1년도 안돼 ‘항해사’를 찾지 못해 좌초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산업이 성숙하기 위해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업계를 위해 헌실할 수 있는 단체장이 나와야 하는데 게임업계는 모래알과 같다”며 “업계의 현안문제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협회를 이끌어갈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회장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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