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라

한 때 게임주가 벤처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코스닥에서 ‘황제주’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너도 나도 게임에 투자를 하겠다며 몰려들었는데 그후 얼마 가지 않아 ‘게임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 벤처캐피털들이 등을 돌렸고 게임업계는 매서운 돈 가뭄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까지 경쟁적으로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던 인터넷포털들이 최근 들어 게임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한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서 과거 벤처캐피털들이 경험했던 것을 인터넷포털들도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게임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벤처와 인터넷 업계에 뿌리깊게 박히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들은 게임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너도나도 게임에서 재미를 본다니까 ‘나도 한번 해 보자’는 식의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교차한다.

게임이 분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거위는 아무에게나 황금알을 낳아주지 않는다. 맛있는 먹이를 주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만 황금알을 낳아 주는 것이다.

인터넷포털들이 게임사업에 속속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기대도 하고 한편으론 염려도 했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기대보다는 염려했던 부분이 더 맞아 떨어져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인터넷포털들도 과거 벤처캐피털들이 거쳐왔던 것과 같은 판단미스를 범한 것이다. 게임도 다른 산업과 마찮가지로 전문가가 필요하다. 게임을 잘 알고 성공시킬 수 있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과거 벤처캐피털에는 게임을 잘 아는 전문 심사역이 없었다. 그리고 인터넷포털에도 게임을 잘 아는 전문가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남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투자하고 사업을 벌렸다. 이러한 결과는 초라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게임은 안된다’는 것이었지만 좀 더 냉정했다면 ‘게임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아직도 벤처캐피털에는 게임전문가가 많지 않다. 인터넷포털에서도 전문가를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게임에 대한 투자와 사업이 안됐던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를 찾았다면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터넷포털들이 조급한 마음에 기다릴 줄 몰랐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성급하게 거위의 배를 가른다면 아무 것도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이다.

<김병억·취재부장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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