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올바른 벤처지원정책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벤처 살리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이 ‘그저 정책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뼈저리게 든다. 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실무창구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실적, 가시적인 성과에 중점을 둔 예전의 매뉴얼에 따라 지원해 줄 수 없는 부분만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벤처기업은 과저 실적이 그다지 좋을 수 없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고용창출을 했고 또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은 물론 도움을 준 주변의 신용까지 상처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상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술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 일선에서의 현실이다. 심지어 자금지원이 아닌 순수 기술평가를 위한 벤처인증에서조차 기회가 없다. 기관마다 ‘기술 우선으로 평가하겠다’ ‘미래 성장성을 우선 보겠다’ ‘패자 부활시키겠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한 각 지원기관의 정책발표에 대해 문의를 하면 ‘우리는 어렵고 다른 기관을 찾아라’는 미루기식 답변만이 있다. 해결해 보려는 노력은 없이 그저 발표된 정책이 아직은 매뉴얼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답변뿐이다.

 최근 강남 고급유흥업소들은 주차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고급 승용차들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불과 두달 전만 해도 한산했던 곳이 벤처지원정책이 발표된 후 왜 이리도 붐비고 있는 것일까. 자금을 지원해 주는 일선 창구에서 여전히 안 되는 이유를 우선 찾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연구개발(R&D)에 혼신의 힘을 다한 중소 벤처기업들은 그런 고급술집에서 접대할 능력이 없다.

 그럼 벤처지원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더는 표면에 드러난 서류 중심의 평가가 아닌, 진정한 평가방법은 없는 것인가. 전문적으로 서류만 다루는 사람들이 작성하면 없는 기술도 그럴싸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전문기관의 담당자들은 작성능력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평가 시스템은 서류를 잘 만드는 회사에 유리한 시스템인 것이다. 일례로 20∼30분의 프레젠테이션 발표와 질문으로 한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벤처지원정책은 지원금을 늘리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긴 하나 그보다 앞서 평가 시스템을 좀 더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단기에 기업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그 회사를 방문해 회사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기술개발의 진척도는 어떠한지, 경영능력이 있는지 등 시간을 두고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또한 형식적인 것을 잘 표현하는 회사인지, 실질적인 기술과 내용이 있는지 등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은 정부지원에 대한 평가를 받기가 가끔은 두렵다. 평가위원 중 일부가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체 경영진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질문은 평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술의 노하우를 알아보려는 것에 집중된다. 과연 ‘도덕적으로 얼마만큼 믿고 기술을 공개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금 1억∼2억원을 받기 위해 모든 기술을 개방해서 설명하든지 아니면 지원받기를 포기할 것인지를 단 20분 만에 결정해야 되는 경우도 일어난다.

 벤처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얼마나 신중한 평가를 해서 제대로 지원해줄 업체를 찾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서류상의 매뉴얼대로 평가하기보다 선진국처럼 다각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융자가 아닌 투자로 벤처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일회성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향후 지원한 업체의 과정·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계속 지원해 나가야 한다.

 2005년에는 제2의 벤처 붐이 반드시 현실화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과거 벤처 대표들이, 신용불량과 함께 잠적했던 많은 기술이 다시금 표면에 드러나 대한민국이 IT 강국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씨앗이 돼 주길 바란다.

◆손대일 유비테크놀로지스 대표 sdinet@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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